[아시아경제 양성희 기자]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52)이 법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항소심 재판부에 “동그란 네모가 있다고 우기는 검찰의 주장과 나를 도깨비로 만든 구시대적 판결을 바로잡아 달라”고 호소했다.
8일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이민걸) 심리로 열린 항소심 두 번째 공판에서 이 의원은 모두진술을 통해 “RO(지하혁명조직)의 존재를 알지도 못하고 내란을 음모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검찰은 지휘체계를 갖춘 RO가 있다며 나를 그 총책으로 지목했지만, 말 그대로 지하혁명조직이라면 스스로 그 조직을 공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만약 RO의 총책이었다면 그냥 지침을 내리면 될 일이지 굳이 130여명을 한자리에 모이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내란음모 혐의를 전면으로 부인했다. 그는 “검찰의 주장처럼 지난해 13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내란을 음모했다면 다음 날부터 실행계획을 짜고 바삐 움직였을 것”이라며 “하지만 그에 대한 준비도 없었고 구체적인 후속조치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종북’이라고 지목받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하고 나섰다. 그는 “나를 10여년간 추적했던 국정원은 내가 북한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을 텐데 종북이라는 낙인을 찍었다”며 “종북이란 말은 그 자체로 모욕적인 말이다. 진보정당의 길을 가는 내가 왜 북을 추종하겠느냐”고 말했다.
이 의원은 끝으로 “세 사람만 우겨대면 호랑이도 만들어 낼 수 있다더니 나는 이미 도깨비가 됐다”며 “1심은 내란음모가 실체적으로 존재했는지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채 단정하고 단죄했다. 행위가 아닌 사상과 말을 재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이 의원은 지난해 5월 ‘RO’ 조직원 130여명과 가진 비밀회합에서 전쟁이 임박했다는 인식하에 국가 기간시설 타격 등을 모의한 혐의(내란음모 등)로 그해 9월 구속기소됐다.
이 의원은 북한의 핵실험, 선군정치 등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찬양하거나 이에 동조한 혐의, 이적표현물을 소지·반포한 혐의도 함께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17일 공소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며 이 의원에게 징역 12년에 자격정지 10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 등 나머지 6명의 피고인들에게는 징역 4~7년, 자격정지 4~7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날 이 의원 등에 대한 공판은 피고인들의 모두진술, 증인신문 등으로 진행되며 오후 늦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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