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재정전략회의, 임기응변式 대응 논란
[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정부가 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논의한 내용들이 임기응변식 대응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재정 확보 계획 등에 대한 대안도 부실하다.
세월호 침몰사건이 발생하면서 줄이기로 했던 재난 안전과 관련한 예산 지원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갑작스레 담겼고, 지난해 정부가 추진했던 정부 3.0 사업이 부실해 재기획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재정에 대한 부담은 커졌지만 예산을 확보하는 방안은 충분치 않았다.
지난해 정부는 '공약가계부'를 통해 비과세·감면 정비, 지하경제 양성화 등의 추진 계획을 내놓았다. 이를 통해 모두 9조5000억원의 예산을 절감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작년에 줄인 예산은 5조5000억원 수준에 그쳤다. 방문규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경제활성화와 관련된 예산을 더 줄이는 것이 어려웠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복지 공약 추진에 필요한 135조원을 마련하기 위해 급작스럽게 '공약가계부'가 마련된 탓에 이 같은 계획에 누수가 생긴 것이다. 지난해 4조원을 절감하지 못하면서 올해 절감해야 하는 예산 규모는 22조7000억원으로 늘어났다. 3년 이상의 중장기 계획을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만들어내면서 부실했던 부분이 탄로난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도 같은 현상이 반복됐다.
새정부 들어 야심차게 추진했던 '정부3.0'은 기존 사업과 차별화되지 못하고, 다른 정보화 예산과도 유기적 연계가 부족해 계획을 다시 짜기로 했다. 정부가 정책 실패를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정부 3.0 사업에는 지난해 2000억원, 올해 3000억원의 예산이 편성돼 2년간 5000억원의 예산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한 셈이다.
이번 재정전략회의에서는 안전시스템 전반을 개조하고 통합적인 재난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내용도 논의됐다. 세월호 사건이 발생하면서 갑작스레 재난 대응과 관련한 예산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당초 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한 2013~2017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재난관리예산을 연평균 4.9%씩 감축하기로 한 바 있다. 재난관리예산은 재난예방안전관리와 재난안전기술연구개발, 재난안전교육, 재난상황관련 분야에 투입되는 예산이다. 계획에 따르면 재난관리예산은 지난해 9840억원에서 올해 9440억원으로 감소했고, 2015년 8610억원, 2016년 7830억원으로 매년 800억원 안팎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었다.
방 실장은 "안전과 관련한 예산은 경찰, 해경 등 분산돼 있다"면서 "소방방재청과 관련한 예산은 2008년에 비해 2.5~3배 가량 증가했고, 여기에는 4대강 사업에 따른 안전관리 예산이 포함돼 늘었고, 이것이 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건으로 설치되기로 한 국가재난처에 대한 예산은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국가 재난에 대응하는 예산을 편성하도록 준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무분별한 계획과 심층적인 분석없는 편성으로 효율을 떨어뜨리고, 예산을 낭비하게 된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세종=이윤재 기자 gal-r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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