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합헌 결정…“불명확한 형벌조항” 우려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국내외 단체나 법인 관련 자금으로 정치후원금을 기부하는 행위를 금지한 정치자금법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이 나왔다. 그러나 일부 헌법재판관은 ‘불명확한 형벌조항’이라면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최규식 전 국회의원이 “정치자금법의 ‘단체 관련 자금 기부금지’ 조항과 ‘공무원 사무 청탁 관련 기부금지’ 조항은 개념이 불명확하고, 과잉금지 소지가 있어서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심판청구 사건에서 각각 합헌 결정했다고 1일 밝혔다.
최규식 전 의원은 18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으로 청원경찰법 개정안 심사 업무를 하면서 ‘전국 청원경찰친목협의회’로부터 후원금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벌금 50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확정 받았다.
헌재는 단체 관련 자금 기부 금지 조항에 대해 6대 3 다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공무원 사무 청탁 관련 기부금지 조항은 7대 2 다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이 나왔다.
최규식 전 의원은 단체 관련 자금 기부 금지 조항에 대해 “정치자금으로 기부된 자금이 단체와 관련돼 있기만 하면 관련성의 정도, 정치자금 기부의 구체적인 경위를 불문하고 모두 형사처벌하고 있으므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하고 대의민주주의를 위축시킨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법재판관 다수 의견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헌재는 “단체의 정치적 의사표현은 방법에 따라 정당, 정치인이나 유권자의 선거권 행사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방법적 제한의 필요성이 매우 크다”면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금권정치와 정경유착의 차단, 단체와의 관계에서 개인의 정치적 기본권 보호 등 조항에 의해 달성되는 공익은 대의민주제를 채택하고 있는 민주국가에서 매우 크고 중요하다는 점에서 법익균형성 원칙도 충족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이수 헌법재판관, 이진성 헌법재판관, 강일원 헌법재판관 등은 불명확한 형벌조항은 그 집행의 자의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 헌법재판관은 “단체의 관여 방식이나 정도에 관한 어떤 제한도 없는 상태에서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과 그렇지 아니한 자금을 어떻게 구별할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이고 유용한 기준을 도출해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들 헌법재판관은 “법 적용기관인 법관의 보충적 법해석을 통해도 규범내용이 확정될 수 없는 모호하고 막연한 개념을 사용함으로써 명확성 원칙에 위배돼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헌법재판관 다수 의견은 합헌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정치자금법 관련 조항의 위헌 소지가 있다는 헌법재판관 의견도 있는 만큼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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