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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베트남, AG 유치 왜 포기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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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은 가깝게 느껴지는 아시아나라 가운데 하나다. 글쓴이에게는 더욱 그렇다. 부산에서 중학교에 다니던 1960년대 후반 월남(남베트남)으로 떠나거나 돌아오는 맹호·백마·청룡 부대 장병들을 환송하거나 환영했다. 그때는 우리 장병들은 통일을 염원하는 베트콩(남베트남 해방 전선)과 총부리를 겨누는 악연이었다. 1992년 수교 이후 한국과 통일 베트남은 친밀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스포츠 분야에서도 한국과 베트남은 오래전부터 교류했다. 1975년 통일 전까지 월남과 축구를 중심으로 인연을 맺었다. 해방 이후 처음으로 국외 원정길에 나선 축구대표팀은 1949년 1월 월남과 맞붙었다. 1960년에는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제2회 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서 월남, 이스라엘, 자유중국(오늘날의 대만)과 자웅을 겨뤘다. 월남은 중부 지역 예선에서 싱가포르를 4-1, 말레이시아를 1-0으로 누르고 본선에 진출했다. 그러나 최종성적은 한국과 이스라엘에 각각 1-5, 자유중국에 0-2로 져 4위에 그쳤다. 월남은 1956년 제1회 대회(홍콩) 때도 중부 지역을 대표해 본선에 올랐다. 당시에도 최종성적은 4위였다.

남북 베트남이 통일된 이후인 1980년대 후반 베트남은 ‘도이모이 정책’을 앞세워 경제 성장을 이뤘다. 그리고 2012년 11월 수도 하노이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총회에서 인도네시아의 수라바야를 29-14로 제치고 2019년 제18회 하계 아시아경기대회 개최지로 선정됐다.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응웬 떤 중 베트남 총리는 지난 17일 어렵사리 유치한 2019년 아시아경기대회 유치권을 반납한다고 했다. 아직 아시아경기대회를 개최할 정도로 경제적인 기반이 마련되지 못했다고 했다.


한국이 1970년 제6회 아시아경기대회를 서울에 유치했다 반납한 일과 매우 비슷한 상황이다. 그때는 방콕(태국)이 서울을 대신해 대회를 개최했는데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 한국은 대체 개최국으로 1958년 제3회 아시아경기대회와 1964년 제18회 하계 올림픽(이상 도쿄)을 성공적으로 치른 일본을 꼽고 끊임없이 접촉했다. 그러나 1972년 제11회 동계 올림픽(삿포로)을 유치해 놓은 일본은 발을 뺐다. 한국은 1966년 제5회 아시아경기대회(방콕)를 연 태국으로 방향을 바꿨다. 태국올림픽위원회의 승낙을 받아 반납 의사를 밝힌 지 1년여 만인 1968년 5월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경기연맹(AGF·OCA 전신) 긴급 특별 총회에서 그동안의 사정을 설명하고 대회 반납 절차를 마쳤다. 태국에는 25만 달러의 적자 보전금을 지불했다.

1951년 인도(뉴델리)에서 제1회 대회를 개최한 아시아경기대회는 이후 1954년 필리핀(마닐라), 1958년 일본(도쿄), 1962년 인도네시아(자카르타), 1966년과 1970년 태국(방콕), 1974년 이란(테헤란), 1978년 태국(방콕), 1982년 인도(뉴델리)를 거쳐 1986년 한국(서울)에서 제10회 대회를 열었다. 모두 개최국의 수도에서 대회가 열렸다. 적지 않은 재정 부담을 대변하는 대목이다. 제2회 대회를 개최한 필리핀은 1950, 60년대만 해도 스포츠 등 모든 분야에서 한국을 앞섰다. 요즘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인 장충체육관은 1960년대 초반 필리핀의 기술 지원을 받아 건립했다. 제2회 아시아경기대회를 연 1954년 필리핀은 제1회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도 마닐라에서 개최했다. 필리핀은 아시아경기대회의 모태인 ‘극동아시아경기대회(Far Estern Games)’도 개최했다. 1913년 제1회 대회와 1919년 제4회 대회 그리고 제2차 중일전쟁으로 취소된 1938년 제11회 대회(오사카)에 앞서 결과적으로 마지막 대회가 된 1934년 제10회 대회를 마닐라에서 치렀다. 제1회 대회에는 필리핀을 비롯해 중국, 일본, 영국령동인도(오늘날 말레이시아) 태국, 홍콩 등이 출전했다. 제10회 대회에는 필리핀, 중국, 네덜란드령동인도(오늘날 인도네시아), 일본이 함께 했다. 아시아 스포츠계에서의 위상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베트남 정부는 대회를 반납하기까지 적지 않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대규모 국제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면 프랑스, 일본, 미국을 상대로 오랜 기간 전쟁을 치렀던 나라 정도로 각인된 이미지를 바꿀 수 있다. 나라의 발전도 도모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 부작용은 심각할 수 있다. 베트남 정부는 후자의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 것 같다. OCA는 대체 개최국으로 베트남과 경쟁했던 인도네시아를 우선적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2020년 제32회 하계 올림픽을 유치한 일본이 올림픽의 리허설 성격으로 아시아경기대회를 개최할 수도 있다. 아시아경기대회를 아직 연 적은 없지만 그동안 유치 의향을 밝혀온 홍콩, 말레이시아, 대만도 대체 개최국 후보다. 대만은 가오슝을 앞세워 2002년 제14회 대회 유치를 놓고 한국(부산)과 경쟁한 적이 있다.


베트남 정부는 적절한 시기에 아시아경기대회를 열겠다고 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대회를 반납한 이력은 이전 사례들을 봤을 때 오랜 기간 부정적인 이미지로 남게 된다. 왠지 가깝게 느껴지는 베트남의 아시아경기대회 반납 소식이 아쉽기만 하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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