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IT흥신소 판친다 한 달 작업 대가 300만원
남친 카톡·통화내역 들여다 봐
스마트폰 해킹 문의 급증…보안업체 골머리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300만원이면 한 달간 남자친구 스마트폰에 있는 정보를 다 빼내 볼 수 있어요."
구글 검색을 통해 접촉한 청부 해킹업체 C사 관계자의 발언은 귀를 의심케했다. 카카오톡 메시지부터 통화 내역, 위치정보 파악은 물론 일상생활에서 주고받는 대화까지 타인의 스마트폰을 낱낱이 엿볼 수 있다는 제안은 충격적이었다. 주변인 뒷조사나 사람찾기 등을 대행해주던 '심부름센터(흥신소)'가 이제는 스마트폰 도청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른바 정보기술(IT)흥신소다.
지난 23일 만난 C사 관계자는 "도청해야 할 상대의 스마트폰에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하기만 하면 그 스마트폰에 저장된 통화내역, 문자메시지, 주변소리 도청까지 모두 탈취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통신사 위성항법장치(GPS)를 통해 실시간으로 행적을 파악할 수도 있다면서 "한 달간 작업하는 대가는 300만원"이라고 제시했다.
IT흥신소 업자들은 전문 해커들을 단기 알바로 고용하거나 온라인 암시장을 통해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한다. 의뢰 내용은 불륜 추적부터 증거 수집 의뢰, 경쟁사 임원 도청 등 다양하다. 다른 흥신소 관계자는 "소송 증거를 확보하거나, 산업 스파이, 사기도박 색출 등 사주하는 내용이 건건이 다양하다"며 "최근 가정문제, 이성문제 전문 업체까지 생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물론 불법이다.
IT흥신소가 활개를 치면서 스마트폰 보안업체들도 바빠졌다. 에스이웍스 관계자는 "자신의 스마트폰이 해킹당하는 것 같다는 문의가 최근 급증했다"면서 "얼마 전에는 누군가 자신의 스마트폰 카메라로 자신의 일상을 엿보는 것 같다며 울먹이는 20대 여성도 있었다"고 말했다.
해커들은 원격으로 상대의 스마트폰 카메라를 조작할 수 있는데 이 여성이 그런 피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의뢰자가 어떤 요구를 하느냐에 따라 보다 지능적인 방식으로 스마트폰을 엿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매일 밤 10시에 도촬 혹은 도청한 파일을 뽑아 달라'고 요구하면 그 시간에 맞춰 촬영이나 도청을 하는 식이다.
IT흥신소를 막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단속과 제재가 필요하지만 현재까지 이를 직접적으로 관리 감독할 법적 근거는 없다. 피해 사례에 따라 통신망법이나 개인정보보호법 등 다른 근거를 찾아 처벌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출처가 불분명한 문자나 애플리케이션에는 접근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며 "전문 해커를 고용한 불법 해킹이 활개를 치고 있는 만큼 관련 당국의 적절한 단속과 제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