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손흥민(22ㆍ레버쿠젠)이 달린다. 목표는 브라질, 8강고지까지 가야 한다. 그의 걸음은 빠르다. 한국 축구팬들이, 그리고 한국과 같은 꿈을 꾸는 라이벌들이 손흥민의 눈부신 질주를 주목한다.
손흥민은 유럽 무대를 누비는 한국 선수들 가운데 우등생이다. 올 시즌 분데스리가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독일축구협회컵(DFB 포칼) 등 40경기에서 11골 7도움을 올렸다. 공격 포인트 18개는 유럽에서 뛰는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좋은 기록이다.
손흥민은 20일(한국시간) 뉘른베르크와의 정규리그 원정경기에서 섬광과도 같은 스피드를 보여줬다. 2-1로 앞선 후반 35분 에미르 스파히치(34)의 세 번째 골을 돕는 장면이 백미였다. 수비 진영에서 공을 낚아채 상대 골문 앞까지 무려 70m를 치고 들어갔다. 뉘른베르크 수비수 두 명이 사력을 다해 추격했지만 공을 몰고 가는 손흥민의 빠르기를 당해내지 못했다. 정규리그 네 번째 도움으로 기록된 이 질주는 손흥민 뿐 아니라 한국 축구의 능력과 가능성을 확인해 주었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의 축구 칼럼니스트 존 듀어든(42)은 17일자 기고문을 통해 손흥민을 브라질 월드컵에서 주목할 아시아 선수로 꼽았다. 그는 "손흥민은 수비에 치중하며 그라운드를 누비던 박지성과 달리 개인 기량으로 슈팅 기회를 만들어 내는 선수"라고 했다. 그는 또 "이번 월드컵에서 폭발적인 모습을 보이고 더 큰 무대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영국 일간지 '미러'는 13일자 보도에서 손흥민의 프리미어리그 이적 가능성을 언급했다. 행선지는 정규리그 우승을 눈앞에 둔 명문 리버풀이다.
손흥민은 축구대표팀에서도 가장 많은 골을 넣었다. 홍명보 감독(45)이 부임 한 지난해 7월부터 국가대표 열네 경기 가운데 일곱 경기에 나가 네 골을 기록했다. 지난달 6일 그리스와의 친선경기에서는 박주영(29ㆍ왓포드)의 선제골을 도운 뒤 쐐기 골까지 넣어 2-0 승리를 이끌었다.
이전 대표 팀에서는 최전방과 2선 공격수를 병행하면서도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으나 지난해 9월 6일 아이티와의 친선경기(4-1 승)에서 두 골을 넣은 뒤 왼쪽 측면 공격수로 입지를 굳혔다. 유럽에서 얻은 자신감과 국가대표 경험이 더해져 경기력이 괄목상대할 만큼 좋아졌다.
손흥민은 조별리그(H조)에서 만날 상대팀들에게도 경계대상이다. 1차전 상대인 러시아의 간판 미드필더 로만 시로코프(33ㆍ크라스노다르)는 손흥민에 대해 "역동적이고 파괴력 있는 공격수"라고 평했다. 2차전 상대 알제리의 소피앙 페굴리(25ㆍ발렌시아)는 "상대에게 위협적인 '화염'과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다.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 벨기에의 방송 매체인 RTBF 등 여러 매체도 손흥민을 한국의 주축 선수로 꼽았다.
손흥민은 "매 경기 골을 넣는다는 각오로 뛰겠다"고 다짐했다. 19일 독일 공영방송 도이치벨레와의 인터뷰에서는 "16강 이상 진출할 가능성은 모든 팀에게 열려 있다. 한국이 조별리그를 통과하리라 확신한다"고 장담했다.
◆ 한국 월드컵 역대 성적
-1954년 스위스월드컵 2전2패 조별리그 탈락
-1986년 멕시코월드컵 3전1무2패 조별리그 탈락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3전3패 조별리그 탈락
-1994년 미국월드컵 3전2무1패 조별리그 탈락
-1998년 프랑스월드컵 3전1무2패 조별리그 탈락
-2002년 한일월드컵 7전3승2무2패 4강
-2006년 독일월드컵 3전1승1무1패 조별리그 탈락
-2010년 남아공월드컵 4전1승1무2패 16강
◆ 브라질월드컵 H조 상대팀
◇ 벨기에
-FIFA 랭킹 12위(1039점)
-역대전적 2승1무(벨기에 우세)
-월드컵 본선 진출 횟수(연도) 12회(1930, 1934, 1938, 1954, 1970, 1982, 1986, 1990, 1994, 1998, 2002, 2014)
-월드컵 본선 최고 성적 4위 1986년 멕시코대회
-감독 마르크 빌모츠(45)
-주요선수
에당 아자르(23), 로멜로 루카쿠(21), 마루앙 펠라이니(27), 빈센트 콤파니(28), 토마스 베르마엘렌(29), 아드낭 야누자이(19), 시몽 미뇰레(26)
◇ 러시아
-FIFA 랭킹 18위(903점)
-역대전적 1승(러시아 우세)
-월드컵 본선 진출 횟수(연도) 10회(1958, 1962, 1966, 1970, 1982, 1986, 1990, 1994, 2002, 2014)
-월드컵 본선 최고 성적 4위 1966년 잉글랜드 대회
-감독 파비오 카펠로(68)
-주요선수
알렉산드르 코코린(23), 알란 자고예프(24), 이고르 아킨페프(28), 알렉산드르 케르자코프(32), 로만 시로코프(33)
◇ 알제리
-FIFA 랭킹 25위(795점)
-역대전적 1패(한국 우세)
-월드컵 본선 진출 횟수(연도) 4회(1982, 1986, 2010, 2014)
-월드컵 본선 최고 성적 13위 1982년 스페인 대회
-감독 바히드 할리호지치(62)
-주요선수
마지드 부게라(32), 소피앙 페굴리(25), 아이사 만디(23), 나빌 벤탈렙(20), 메흐디 모스테파(31), 카를 메자니(28)
◆ 한국의 조별리그 경기장소(한국시간)
◇ 쿠이아바 아레나 판타나우
-H조리그 1차전 한국 VS 러시아, 6월 18일 오전 7시
-신축 / 수용인원 4만2500명
-이구아수~경기장 거리 2248㎞(비행기 2시간~2시간30분)
-공사시간 2010년 5월~2014년 4월
-공사비용 5억7000만달러(약 5922억원)
-특징 친환경 건축자재 환경
◇ 포르투 알레그리 이스타지우 베이라 히우
-H조리그 2차전 한국 VS 알제리, 6월 23일 오전 4시
-개축 / 수용인원 5만2000명
-이구아수~경기장 거리 1192㎞(비행기 1시간30분~2시간)
-공사기간 2010년 9월~2014년 4월
-특징 타이 모양으로 둘러싸인 외관
◇ 상파울루 아레나 코린치안스
-조별리그 3차전 한국 VS 벨기에, 6월 27일 오전 5시
-신축 / 수용인원 6만5000명
-이구아수~경기장 거리 1712㎞
-공사기간 2011년 5월~2014년 4월
-특징 직사각형 모양 여닫이식 지붕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