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농구연맹(WKBL) 6개 구단 사무국장단은 16일 삼성생명이 추진하는 앰버 해리스(26ㆍ194㎝)의 귀화를 주제로 회의를 했다. 해리스를 국가대표로 뽑는다는 데 반대하는 의견은 없었다. 그러나 국내리그에서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출신 선수가 국내선수가 되어 경기에 출전하면 팀 간의 경기력 차가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WKBL은 한국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선수를 국내선수로 분류한다. 일부 구단은 해리스의 출전 시간을 쿼터별로 제한하자는 의견을 냈다. 삼성생명은 난감해한다. 출전시간이 제한된 선수를 거액을 주고 데려올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사무국장단 회의에서 의견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해리스의 귀화는 삼성생명이 추진하지만 한국여자농구 차원의 사업이다. 해리스를 데려오려는 이유는 9월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다. 여자대표 팀은 지난해 11월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 결승(43-65패)에서 일본의 도카시키 라무(23ㆍ192㎝)에게만 20득점 18리바운드를 내줬다. 해리스가 있으면 골밑에서 경쟁할 수 있다. 그런데 도카시키는 아시안게임에 출전하지 않는다. 일본과 중국 모두 같은 기간 터키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1진을 파견한다.
문제는 아시안게임 이후다. 대표 선수 열두 명 가운데 30대가 여덟 명이다. 이옥자(62) 일본 아이신 감독은 "고참 선수들이 은퇴하면 대표팀 전력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고 했다. 선수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여자농구팀을 운영하는 초ㆍ중ㆍ고교 및 대학 팀은 2013년을 기준으로 각각 26개(273명), 21개(207명), 20개(173명), 9개(104명)다. 고교 팀만 3600개에 이르는 일본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지난해 서울시협회장기 대회에서는 한 명이 다쳐 네 명만 뛴 선일여고가 숙명여고에 77-74로 이기는 웃지 못 할 일도 있었다. 박안준(58) 중고농구연맹 사무국장은 "선수가 열 명도 되지 않아 연습경기도 못하는 학교가 태반"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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