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재준 국정원장 대국민 사과문 발표
- '증거조작' 관련 거취표명 없이 또 '셀프개혁' 타령
- 부하직원만 사퇴하고 이대로 끝나나?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이혜영 기자]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육군 참모총장 출신이다. 그러나 서울시 간첩 '증거조작' 사건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은 군의 최고지휘관 출신다운 모습과는 매우 거리가 먼 모습이다.
정보기관에 대한 국민 신뢰가 추락하는 상황에서 책임을 지고 결단하기보다는 '부하 뒤에 숨어' 자리를 보존하는 모양새다.
남재준 원장은 15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간첩 증거 조작에 대해 "참담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과학화된 수사기법을 발전시키고 국정원 본연의 대공 수사 능력을 한층 더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남재준 원장이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마련하면서 거취 표명 가능성을 주목받기도 했지만, 내부 개혁을 통한 '셀프 수술'이 핵심 내용이었다.
수사기관 혁신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 엄격한 자기통제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최고의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얘기다.
앞서 국정원 대공수사 등 국내파트를 책임지는 서천호 2차장은 14일 사퇴 의사를 알렸다. 청와대는 사표를 즉시 수리했다. 이는 국정원 제2차장이 물러나는 선에서 사건을 정리하고 남재준 원장 체제를 다시 신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국정원이 이번 수사 과정에서 보인 행태는 국가최고정보기관의 총체적인 부실과 난맥상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이 정도 선에서 사태를 수습하려는 것은 매우 안이한 발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국정원은 증거조작 파문이 벌어질 때부터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발뺌과 모르쇠로 일관했다. 실제로 국정원 직원들이 공모해 외교부와 검찰을 속인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다.
국정원 협력자가 문서 위조를 위해 중국 돈 4만위안(한화 740만원)이 필요하다고 하자 이를 승인하기도 했다. 국정원 국장과 부국장은 문제가 된 외부 전문에 대해 전자결재를 하면서도 내용은 확인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증거조작의 국정원 윗선이 없다는 검찰 수사도 논란의 대상이지만, 윗선이 진짜 몰랐다면 국정원 무능을 인정한 것이라는 비판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남 원장이 밝힌 개혁안은 결국 스스로 자신의 환부를 고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자체 개혁은 대선 개입 논란이 불거졌을 때 이미 나온 해법으로 공허한 대책이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검찰의 '부실 수사'에 이어 국정원의 '부실 대책'으로 이번 사건 및 국정원 개혁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 등의 주장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장주영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은 "국정원의 수직적 위계질서와 거액의 자금을 사용하는 데 최소한 2급 대공수사단장의 결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윗선 승인 없이 기획담당 과장에 불과한 자가 수천만원의 예산을 들여서 증거를 조작하고 선양총영사관의 영사에게 증거조작에 가담할 것을 지시할 수는 없다"면서 특검 도입을 요구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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