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혜택 의무 유지기간 5년연장' 입법예고 앞두고 꼼수
제휴사와 업무사정 내세워 할인 더 해준다지만 이용금액·횟수 등 제한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이달 말 카드혜택 의무 유지기간의 5년 연장 내용을 담은 법안의 입법 예고를 앞두고 카드사들이 제휴사와 업무 사정을 빌미로 카드의 포인트 및 할인 혜택을 축소해 소비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10일 삼성카드에 따르면 9월1일부터 이마트·신세계 제휴 삼성카드 38개는 이마트에서 결제금액 1000원당 7포인트 적립되던 것이 1포인트로 줄어든다. 지난 1일부터는 신세계몰에서 결제되는 금액 1000원당 10포인트 적립되던 혜택은 7포인트로 먼저 축소했다. 삼성카드는 포인트 적립 혜택을 축소하는 대신 1000원 더 할인해준다는 대안을 내놨다. 삼성카드는 포인트 적립을 줄이는 9월1일부터 이마트에서 건별 10만원 이상 결제 시 5000원 할인을 6000원으로 늘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포인트 적립은 한도가 없는 반면 현금 할인은 '전월 이마트 이용금액 20만원 이상 월 1회 제공'이라는 조건이 붙어 제공돼 카드사 수익에 더 유리하다는 게 카드업계 중론이다.
이번에 혜택이 축소되는 카드에는 '신세계KB국민은행삼성체크카드'가 포함돼 있다. 이 카드는 KB국민카드가 영업정지를 맞으면서 국민은행 창구에서 발급받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최근 이용하는 고객 수가 늘고 있다. 삼성카드에 따르면 두 달 사이 이 카드의 발급수가 5배 이상 증가했다. 이 외에 혜택이 변경되는 카드는 '신세계삼성지엔미포인트카드', '신세계삼성카드', '신세계이마트 삼성카드 5·7' 등이 있다.
우리카드는 오는 10월부터 '우리V카드 Oil 100', '알뜰주유소 우리 V카드' 등 6개 카드의 혜택을 줄인다. Oil 100 계열 카드는 전국 모든 주유소에서 ℓ당 80∼100원 할인되던 것이 60원으로 줄이고, 알뜰주유소에서 100~200포인트 적립되던 혜택은 80포인트로 대폭 낮출 계획이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분담 제휴처인 라이나생명과의 업무제휴계약 종료로 부가서비스가 변경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환카드는 지난해 9월 '외환 크로스마일카드'의 마일리지 적립 혜택을 사용금액 1500원당 2 크로스마일에서 1.8로 줄였다.
카드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금융당국이 카드 혜택 의무 유지 기간을 기존 1년에서 최대 5년까지 늘리기로 하는 내용의 전문금융업 감독규정을 이달 내 입법 예고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빨라진 것 아니냐는 지적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카드사들이 포인트 등 제휴 서비스를 줄이는 것은 경영 내실화를 통해 수익을 보존하겠다는 것"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서비스로 생각하고 카드를 발급 받는데 이러한 서비스 변화가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기준을 제대로 갖지 못 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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