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함정훈기자, 아시아경제 편집위원으로 다시 뛰다
[아시아경제 박병준 기자]칠십대의 신문기자가 다시 언론일선으로 복귀했다. 언론역사에 남을 만한 대사건이라 할만하다. 20세기를 풍미한 '신문편집의 전설'이 21세기에 '신문편집의 현장'으로 돌아온 것이다. 주인공은 함정훈 편집위원 대기자(77세). 함기자는 아시아경제 편집위원 채용에 응시하여 당당히 합격했고 편집부에서 매일 치열한 전투를 치른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그는 법관으로 나아가는 동료들의 행렬에서 과감히 이탈하여 신문으로 세상을 바꾸겠다고 공언하며 언론계에 입사했다. 서울신문 편집부장과 편집국장, 국민일보 편집국장, 전무 등 화려한 이력을 쌓았으며 1990년대 파격적인 신문편집으로 언론계를 뒤흔든 바 있다.
함정훈위원은 "미련 두고 떠난 고향의 냄새를 잊지 못해 돌아오고 싶었다"면서 "녹슨 손으로 허공에 제목을 그려보던 그 마음으로 젊고 생기넘치는 후배기자들과 일대 배틀을 벌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함위원은 전성시절에 '함빠꾸'란 별명으로 통했다. 후배들이 짜온 지면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정없이 퇴짜시킨다고 해서 붙은 '악명'이다. 그만큼 가차없는 원칙과 활화산같은 열정의 소유자이다. 아직도 이 별명이 유효하느냐고 묻자 이렇게 말했다. "힐난하는 질문이라면 처벌 시효가 지난 것 같습니다. 허허. 지면을 퇴짜 놓은 것은 나를 퇴짜 놓고나서 한번 다시 고민해보자는 것이었지요." 그는 또 '빠꾸'가 현장으로 다시 '빠꾸'한 걸 보면 그 별명은 탁월한 선견지명이었다 말하며 껄껄 웃는다.
'전설'의 초년병 시절은 어땠을까. 언론계에 갓 입사하여 사회부 기자로 뛰던 때였다. 출고한 기사가 실리지 않아 편집부에 항의했더니 돌아온 것은 "마감시간도 모르냐"는 편집 선배의 핀잔이었다. 그때 편집부가 참 대단하다 싶어 호랑이굴로 들어가 호랑이를 때려잡자고 생각했다. 편집부에서 정신없이 한 판을 짜고나니 퇴근 무렵 취재선배가 다가왔다. 등을 툭 치고는 "오늘 좋았어, 한 잔 하지"란 말을 듣는 재미가 쏠쏠했다.
함위원은 한국 스타일의 '핫편집(파격적이고 과감하게 지면의 변화를 추구하는 편집)'의 원조이다. 그의 '無字컷'은 하나의 전설이 되었다. 독자들이 전화해 인쇄 사고가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이 쉽게 생각하지 못하는 파격의 원동력은 '새우장사의 상술'에 있다고 그는 말한다. "앞사람이 '새우 사려' 외칠때 '나도' 하며 따라가면 편하지만 망한다. '여기, 000새우 있소'해야 쳐다본다." 그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어렵다면 최소한 거꾸로 가보자는 게 본인의 발상법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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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것이 곧 다매체 시대의 생존전략이라 귀띔해줬다. 그는 최근의 언론위기는 곧 기회라고 말한다. 편집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으며, 아예 편집에 대한 정의가 새롭게 바뀌어야 한다고도 말한다. "온라인의 허점이 자주 지적되는 것은 신개념의 편집 부재 탓이라고 봅니다. 이제 편집이 일 낼 때이지요." 그는 현장에서 50살 연하의 후배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편집의 신세계를 만들어 갈 채비를 갖췄다.
오늘 아침 6시반. 편집의 전설은 아시아경제 편집국으로 모자를 쓴 채 환하게 웃으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100세 시대의 채용의 역발상, 그리고 삶의 혁명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박병준 기자 gee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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