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손실 피해업체 소송에서 은행 측 손 들어줘…“위험성 이해하고 계약 체결”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키코(KIKO)와 유사한 파생금융상품인 ‘피봇 통화옵션 계약’도 위험성을 이해하고 계약을 체결했으므로 은행 측의 불공정 판매나 불공정 거래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의류 수출업체인 노브랜드가 “피봇 통화옵션 계약은 불공정 거래여서 무효”라며 영국계 은행인 바클레이즈 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통화옵션계약 내용 및 위험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향후 환율 변동에 관한 자신의 예측에 따라 그 위험을 감수하기로 하고 계약을 체결했으므로 이를 부적합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니트 의류 등을 전량 미국에 수출하는 원고는 2007년 8월과 11월에 각각 바클레이즈은행과 계약기간 1년인 피봇 통화옵션 계약을 체결한 뒤 이듬해 금융위기로 큰 환손실을 입자 소송을 냈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미리 약정한 환율에 외환을 팔 수 있는 상품이다. 환율이 미리 정한 상한선 이상으로 오르면 가입자가 손해를 입는다. 반면 피봇은 환율이 상한선은 물론 하한선을 넘어가도 약정금액의 2∼3배를 약정 환율로 사야 해 가입자가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노브랜드 측은 “통화옵션계약에 따라 원고가 얻는 이익은 제한돼 있는 반면 환율이 매입환율 밑으로 하락하거나 매도환율을 넘어서 상승할 경우 원고가 입는 손실은 무제한적인 구조로 설계됐다”면서 불공정 약관이어서 무효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고는 수출로 유입되는 달러의 환위험 회피를 할 필요가 있었고, 계약 전에 이미 25차례에 걸쳐 다양한 통화옵션 계약을 체결했으며 피고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듣고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9월 키코 관련 수출기업들이 시중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키코 계약이 불완전 판매라거나 불공정 거래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은행 측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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