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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노역’ 주범 몰린 지역법관제 폐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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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제도중단 적극 고려”…전통적 의미 ‘향판’은 존속할 듯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지역법관제 중단하는 문제를 아주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2일 대법원에서 열린 법조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박병대 법원행정처장은 ‘지역법관제 중단’ 방침을 밝혔다.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황제노역’ 파문 이후 지역법관은 특혜 판결의 주범으로 몰렸다.

대법원을 행정적으로 대표하는 법원행정처장이 지역법관제 중단을 언급한 것은 사법부가 여론의 흐름을 의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법부 신뢰 추락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어떤 형태로든 수습 방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지역법관제는 형식적인 의미와 실질적인 의미가 차이가 있다. 형식적인 의미의 지역법관제는 2004년 2월부터 공식적으로 시행한 지역법관 제도를 말한다. 2003년 12월 법관인사제도개선위원회 건의에 따라 시행됐다.

지역법관은 대법원장의 허가를 받아 확정되며 권역 내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면 철회할 수 있다. 10년 주기가 올해 돌아왔는데 때마침 지역법관이 특혜 판결의 주범인 것처럼 몰려 자연스럽게 제도 개선 논의로 이어졌다.


실질적인 의미의 지역법관은 2004년 이전부터 존재했던 향판(鄕判)을 말한다. 지역 법원에서 길게는 수십년동안 일하는 법관을 흔히 ‘향판’이라 부르는데, 공식적으로는 지역법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황제노역 판결의 주체인 장병우 광주지방법원장도 전통적 의미의 지역법관인 ‘향판’ 출신이다. 박병대 법원행정처장이 언급한 지역법관제도 중단은 2004년 이후 시행됐던 공식 제도에 대한 단계적 폐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역법관을 희망하는 법관들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지역법관 제도 변화는 법원 인사 패턴을 전반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어서 당장 실행에 옮기기는 어렵다. 대법원은 내년 2월 정기인사 때 지역법관제도 개선 방안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법원 내부에서는 지역법관제 전면적 폐지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우세한 상황이다. 사법부가 여론에 떠밀려서 움직이는 모양새를 보이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지역법관제는 폐지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이지만 전통적 의미의 향판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박병대 법원행정처장은 “지역에 기반을 둔 법관은 그 지역에서 일정기간 근무를 하면 몇 년 동안 타 고등법원 권역으로 전출하게 하되 복귀를 희망하면 복귀를 시켜주기도 하는 형태를 고민하고 있다”면서 “지속적으로 한 지역에 장기적으로 근무하는 것은 막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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