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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정치권 도 넘은 舌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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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정치권에 갓 입문한 기자의 눈으로 봤을 때 여의도 국회는 말 그대로 '총성 없는 설전(舌戰)'을 펼치는 곳이다. 그만큼 쏠쏠한 재미를 준다. 아니, 재미를 넘어 '어떻게 저런 디스(Disrespect)를 생각해 냈을까' 하는 경의마저 드는 곳이 바로 국회에 대한 첫 느낌이었다. 정치인의 화술은 예술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있었던 소란은 있는 그대로 '막말의 막장'을 보는 듯 했다. 심기를 먼저 건드린 측은 분명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였다. 불과 하루 전, 여당의 원내대표가 대통령을 대신해 고개를 숙인 데 대해 "충정이냐 아니면 월권이냐"고 비아냥거린 것이 사실이다. 아슬아슬해 보였다.

그렇지만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급에 맞지 않은' 대응은 정치권을 지켜보는 많은 이들에게 더 큰 실망을 안겼다. 전 국민 앞에서 제1야당의 대표가 연설을 하는 도중에 여당의 지도부가 "너나 잘해"라고 고함을 지른 것은 이례적인 사건이다. 이왕 막말이 나온 김에 "당신이나 잘 하세요"가 차라리 낫지 않았겠느냐는 또 다른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실망도 잠시. 비슷한 시간 국회 정론관에서는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 간에 신경전이 오갔다. 홍지만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의 현안 브리핑을 밖에서 가만히 듣던 이윤석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대변인이 "우리 당의 약칭은 새민련이 아니라 새정치연합이라고 공식적으로 몇 번을 얘기했는데 그렇게 표현하느냐"며 불편한 기색을 대놓고 드러낸 것.


홍 원내대변인은 멋쩍은 웃음으로 자리를 서둘러 떴지만 사실 새누리당에서는 '일부러' 새민련으로 부른다는 얘기가 공공연하다. 이 수석대변인은 원고에 없던 "우리도 헌누리당, 새리당이라고 하면 좋겠느냐"는 말을 내뱉자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새민련으로 약칭해도 문제가 없지만 정치권의 상도라는 측면에서 보면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섭섭할 수 있는 대목이다.


'화의 심리학'이라는 책이 있다. 책은 화를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중요한 감정으로 분류한다. 그러면서 "성공하는 사람은 화내는 법이 다르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저마다의 화술을 앞세운 심리전, 설전, 심지어 육탄전이 어느 정도 용인되지만 스스로 화를 다스리는 법은 깨우쳐야, 그래야 국회의원 배지를 달 자격이 있는 것 아닌가.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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