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포스코가 46번째 조용한 생일을 보냈다. 창립기념일인 4월 1일 전후로 봉사활동 등 다채로운 행사를 가졌던 예년과 달리 아무런 행사를 열지 않았다. 대신 권오준 회장과 포스코 임원 및 패밀리사 사장단은 이날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태준 명예회장의 묘소를 참배했다.
1일 포스코에 따르면 매년 창립기념일 하루 전인 3월 31일 광양 또는 포항제철소에서 진행하던 창립기념식이 올해 열리지 않았다. 자원봉사 활동이나 직원과 CEO의 대화 같은의 이벤트도 없었다. 당초 권 회장이 직원들에게 창립 기념일과 관련 영상 메시지를 보낼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마저도 생략했다. 대외적으로 기념사도 배포하지 않았다.
역대 회장과 다소 다른 행보다. 정준양 전 회장은 2009년 취임 직후 가진 41주년 창립기념식에서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업(業), 장(場), 동(動)' 메시지를 던졌다. 아울러 포스코의 도약의지를 담은 '10대 전략과제'와 이를 구체화시킨 '100대 실천과제'를 제시했다. 이후 정 전 회장과 임원들은 2000그루의 나무 심기 행사를 가졌다.
이같은 조용한 생일은 권오준 회장의 뜻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4일 취임식과 함께 광양, 포항 제철소 현장 점검에 나섰던 권 회장은 '취임식을 한 지 얼마 안됐으나 창립 기념식 생략하자'는 뜻을 실무진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필요한 행사는 줄이자’는 권 회장의 실용적인 성격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권 회장이 취임식 당시부터 '철강 본원의 경쟁력을 강화하자', '포스코 더 그레이트'의 비전을 메시지를 전했다"면서 "이미 직원들에게 전할 메시지는 다 전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대신 서울 동작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고 박태준 명예회장 묘소를 참배했다. 고위급 임원과 서울 소재 계열사 사장 약 20명이 권 회장과 동행했다.
포스코 회장이 창립기념일에 박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정치적 해석마저 제기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전 회장들도 박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한 적이 있다"면서 "포스코 창업 당시 박 전 대통령의 제시한 '기본'을 다시 생각해보자는 취지"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김승미 기자 ask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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