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통합ㆍ재원마련ㆍ외교정책 등 연구할 정부차원 '다면적 통일협력체계' 구축에 합의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박근혜와 앙겔라 메르켈, 조국분단의 아픔을 이해하는 두 여성 지도자가 "통일은 대박"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독일에서 통일대박론의 실천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박 대통령은 "독일을 한반도 통일의 모델로 삼겠다"고 했고, 25년 전 통일을 통합으로 승화시킨 메르켈 독일 총리는 "한반도 통일을 지원하는 건 우리의 의무"라고 말했다.
독일을 국빈방문 중인 박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베를린 연방 총리실 청사에서 한ㆍ독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정부 차원의 다면적 통일협력 체계 구축에 합의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양국 재무당국 및 경제정책 연구기관이 네트워크를 구성해 경제통합 및 재원조달문제 등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기로 했다"며 "외교부 간 통일외교정책자문위원회를 만들어 외교정책적 측면에서 경험도 공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네트워크 구성은 박 대통령이, 자문위 설립은 메르켈 총리가 제안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기획재정부와 독일연방 재무부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독일이 통일 과정에서 겪은 각종 경제적 이슈들과 그 해결 경험을 공유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화폐통합이나 통일재원마련, 고용 문제 등에서 독일이 쌓은 자료들을 한국 측이 활용할 수 있게 하거나 공동연구하는 것이 주내용이 될 것이라고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 통일은 정말 행운이자 대박(glucksfallㆍ횡재)이다. 대박이란 말이 나의 느낌도 반영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에 공감을 표시했다. 메르켈 총리는 통일은 다른 상황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통합이기 때문에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했다. 그는 "경제적으로 준비를 많이 하면 통일이 수월해 질 수 있을 것"이라며 "그를 위한 마음의 준비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이날 회담을 통해 산학연 3각 협력, 중소기업, 직업교육 등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양국은 박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정부간 3건, 기관 간 12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메르켈 총리는 북핵불용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지지 의사를 재차 표명했고 "용기 있는 행동을 통해 과거사를 청산할 수 있으며, 앞을 바라보며 미래를 구상해야 한다"며 일본을 의식한 과거사 인식 문제도 거론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요아힘 빌헬름 가욱 독일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 하며 "자유를 위해 싸우고 그 치열한 힘들이 베를린 장벽이 무너뜨렸던 것처럼 우리 휴전선이 반드시 무너지는 날이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독일이 그랬듯이 우리의 통일도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반드시 통일이 올 것이라는 굳은 확신을 가지고 하나하나 준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베를린(독일)=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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