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크림 지역에서처럼 손 안 대고 코 푸는 형태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도 손아귀에 거머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크림처럼 러시아 편입을 요구하는 친(親)러 시위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크림 자치 공화국의 러시아 편입을 위한 법적 절차를 마무리한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차례 크림 반도 외 우크라이나 다른 지역에 대한 추가 개입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마지못해 받아들여준다는 식으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도 장악할 수 있는 명분이 갖춰지고 있는 셈이다.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는 전쟁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23일(현지시간) 이타르타스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동부도시 하리코프 시내에서 주민 4000여명이 집회를 열고 연방제 채택을 요구했다.
시위대는 다음달 27일 연방제 채택에 관한 찬반 의견을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집회는 지난 15일 시위과정에서 숨진 2명의 친러 성향 시위 참가자를 기리는 추모 행사를 겸해 열렸다.
시위대는 흑해 연안 남부도시 오데사에서 동부 하리코프에 이르는 반원형 남동부 지역 도시들이 연대해 연방제 주민투표를 실시하기 위한 노력을 함께 벌여나가자고 제안했다.
하리코프와 인접한 동부 도시 도네츠크에서도 이날 약 2000명이 참가한 시위가 열렸다. 이들은 시(市) 의회 건물 인근에 걸려 있던 우크라이나 국기를 내리고 러시아 국기를 게양하면서 "러시아"를 연호했다.
또 다른 동부도시 루간스크에서도 이날 수천명이 참여한 친러 집회가 개최됐고 남부도시 오데사에서도 3000~4000명이 참가한 집회가 열렸다.
동부 지역의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는 가운데 안드리 데쉬차 우크라이나 외무장관 대행은 ABC 방송의 'This Week'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우크라 동부 국경 지대에서 군 병력을 증강하고 있다며 전쟁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국경 지대에서 더 큰 움직임을 보인다면 우크라이나는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1주일 전에 비해 전쟁이 촉발될 위험이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를 도와야 할 미국과 유럽은 여전히 러시아와의 무력 충돌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러시아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유럽은 경제적 역풍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올해 말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전쟁에 무력 충돌을 원치 않고 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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