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씨 "소액주주로서 도전"…등록받은 삼부토건선 무덤덤
[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노조위원장을 역임한 인물이 다른 건설회사의 감사 후보자로 등록돼 관심을 모은다. 국내 건설면허 1호로 유명한 삼부토건은 오는 28일 정기주총을 앞두고 감사 후보자로 이동욱 전 한일건설 노조위원장을 지명해 놓은 상태다.
모든 경영 사안을 상시적으로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 감사 자리에는 회계전문가나 법조인 등이 선임되는 것이 보통이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최근 주총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을 지낸 오세빈 감사위원이 선임됐으며 미래에셋증권은 이광섭 전 금융감독원 증권검사국 팀장이 감사로 선임됐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기업이 껄끄럽게 여기는 노조 수장 출신이 감사후보로 나선 것 자체가 이채롭다.
이 후보자는 지난 2009년 한일건설 노조위원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회사가 순환보직제와 임금 추가 삭감 등 다른 해고회피 노력 없이 부당한 정리해고를 했다며 노조를 대표해 투쟁에 앞장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또 사측이 희망퇴직 공고를 내놓은 상태에서 신규채용을 강행하려다 강력한 문제제기를 해 모집을 취소시킨 전력이 있다.
이에 삼부토건 노조는 반기는 분위기다. 노조의 입장을 잘 이해하는 이 씨가 감사로 선임된다면 회사와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등 도움이 된다고 본 것이다. 박명호 삼부토건 노조위원장은 "아무래도 노조 출신의 감사가 임명된다면 우리에게 더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하지만 주총을 통해 이 씨가 감사로 정식 선임될 가능성은 낮다. 삼부토건 관계자는 "이 씨의 감사후보 등록에 대해 아는 바 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더욱이 다른 1명의 감사 후보자가 채권단 관계자여서 이 후보자의 선임 안건은 주총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삼부토건 노조 관계자는 "2명의 감사후보자 중 다른 한 명은 채권단인 우리은행 퇴직자"라며 "전임 감사도 우리은행 관계자가 선임됐기 때문에 아무래도 채권단 출신이 선임되는 쪽으로 힘이 실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더욱이 이 씨는 소액주주로서 스스로 감사후보자로 등록한 것으로 나타나 감사 선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임황석 건설기업노조 조직부장은 이에 대해 "이동욱 씨는 삼부토건 주식을 소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노조위원장 출신답게 소액주주의 역할 등 평소 갖고 있던 신념을 행동에 옮긴 것"이라고 후보자 등록 배경에 대해 말했다. 이 씨는 상법에서 3% 이상 주식을 소유하면 자천으로 감사후보자 등록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는 규정을 활용했던 셈이다. 상법 규정을 기반으로 한 이 씨의 도전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주목된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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