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협동조합인 새마을금고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늘 고민해 온 문제가 있다. 바로 대한민국에서 금융협동조합의 고유한 가치를 어떻게 실현시킬 것이며, 더 나아가 어떻게 브랜드화 시킬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유럽의 경우 금융협동조합의 역사가 오래됐을 뿐만 아니라 그 규모 면에서도 압도적인 위상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금융협동조합이 국가의 전체 금융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 이상이라는 통계가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외환 위기 이후 급격한 금융시장환경의 변화로 인해 전체 가계신용에서 협동조합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다가 최근 일부 회복되어 20% 정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유럽의 금융협동조합의 경우 단순히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은 물론 일자리 창출과 사회안전망 구축과 같은 국가적 과제에서도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유럽의 금융협동조합의 성장은 수익이 주된 목적이 아닌 '회원의 경제적 지위 향상'이라는 협동조합의 철학에 대해 사회적인 공감대가 넓게 형성돼 있을 뿐만 아니라, 금융은 물론 일자리 창출과 사회안전망 구축 등 국가 부가가치 창출의 주인공으로 우뚝 서기 위한 협동조합의 끊임없는 노력과 쇄신이 바탕이 됐기 때문일 것이다.
상부상조 정신문화가 남아 있는 우리나라는 협동조합의 메카가 될 수 있는 토양을 가지고 있다. 예로부터 우리는 상부상조정신을 바탕으로 품앗이, 두레, 향약, 계 등 공동체 구성원들끼리 경제적, 육체적, 정신적 자원을 나누며 공동체 발전을 이루었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회원 각자가 단순히 금융을 거래하는 고객의 개념을 넘어서 하나의 협동조합의 의사결정권자이자 구성원으로서 각종 사업 참여를 통한 복지향상과 폭넓은 정보교류가 가능하다. 현재도 각 금융협동조합들은 주부교실, 장학회, 어린이집 운영 등 회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지역주민들에게 교류의 장을 제공하는 다양한 복지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또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이념이며, 지분복수주의인 주식회사에 비해 협동조합의 회원은 누구나 1인 1표의 의사결정권을 가진 평등한 구성원이다. 따라서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에 대한 효과적인 견제가 가능하며 리스크가 큰 투자결정에 대한 안전장치 역할도 할 수 있어 궁극적으로 회원의 뜻을 실현하는 안정적인 금융공동체 역할을 할 수 있다.
부실우려 지적 이전에 공정한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우리나라의 협동조합의 경우 부실우려로 인한 부정적인 시선을 받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협동조합과 거래하는 고객들 대부분이 시중은행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저신용자라는 점, 현재 대부분의 금융협동조합이 예금자보호제도와 금융소비자보호제도를 갖추고 있고 서민금융지원대출에 힘쓰는 점을 감안하여 각종 재무수치와 건전성이 객관적이면서도 탄력적으로 분석돼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협동조합의 끊임없는 혁신과 도전정신도 필요하다. 결국 선택은 소비자들의 몫이기에 금융협동조합이 더욱 당당한 위치를 찾기 위해서는 냉정한 자기비판과 도전이 필요하다.
사회공헌활동을 부차적인 홍보의 수단이 아닌 협동조합의 존재이념으로 삼아 다양한 사회공헌활동과 지역사회경제발전에 이바지함과 동시에 금융기관으로서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금융소외계층을 금융시장의 당당한 주역으로 끌어들이는 '관계형 금융'이 새마을금고를 비롯한 금융협동조합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관계형 금융이란 채무자의 신용도 및 소득 등의 계량적인 정보 뿐만 아니라 채무자와 금융기관과의 신뢰, 채무자의 평판, 성실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여신을 공급해주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의 금융협동조합의 관계형 금융은 미약한 수준이다. 자금운용의 리스크 관리와 선량한 회원보호의 책임을 가지고 있는 금융기관으로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나, 협동조합이 굳건히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피해갈 수 없는 절대적인 과제이다. 따라서 탄력적인 신용평가모형 구축, 현장 여신심사 강화, 관계형 금융 전문인력 양성 등 관계형 금융을 현실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 열정이 있으면 도전을 기회로 바꿀 수 있다.
신 종 백 새마을금고중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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