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뷰앤비전]일할 맛 잃은 회계사들

시계아이콘01분 46초 소요

[뷰앤비전]일할 맛 잃은 회계사들 윤현철 삼일회계법인 부대표
AD

최근 회계감사와 관련된 세간의 이슈로 회계사를 바라보는 눈초리가 따갑다. 침묵이 금이고 시간은 약이라지만 하도 억울한 측면이 있어 사정을 피력해 본다. 부실감사로 오해 받는 포휴먼의 경우다.


1심 재판에서 회사가 회계사를 교묘하게 속인 것은 인정되나, 속음에 과실이 있다 하여 회계사가 거액의 손해배상을 하게 된 사건이다. 회사는 조작된 가공매출을 허위로 입증하기 위해 관세청에서만 발급되는 수출신고필증을 위조했고, 건물의 간판을 갈아끼며 가짜 직원이 마치 수입처의 사장인 것처럼 행세해 회계사를 속였다.

전문 회계사가 속은 것은 수사권이 없어서다. 회계감사기준에서 포휴먼 같은 회사는 극히 예외적이므로 회계감사는 '성선설'에 입각하라고 돼 있다. 그래야 사회적 비용이 적게 들고 선량한 기업에 부담이 없다. 검사처럼 '성악설'에 근거하여 수사하라 했다면 속을 리가 만무하다. 그래서 성선설의 전제가 무너진 경우는 회계사를 면책해줌이 공평하다. 그런데도 연일 회계사만 매도된다.


날치기범을 잡기보다는 은행 가는 길에 봉변 당한 힘 약한 여직원의 변상 여부만 부각되는 형국이다. 속인 자는 덮고, 속은 자만 남아 단죄된다. 속은 것이 죄라면 회계사에 준수사권을 주던지, 사회적 역기능이 부담되면 감사위원회가 회계사 편에서 든든한 뒷배가 되어 주면 된다. 아니면 감사를 방해하는 자는 미국처럼 징역 25년쯤 부과해 분식의 근원을 차단해도 좋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국제 회계기준과 감사기준들을 도입하면서도 인프라가 되는 이런 제도들은 외면했다. 그래서인지 요즈음 회계사들은 삼청교육대에서 목봉 체조하는 기분이라고 토로한다. 감사시즌에 새벽까지 서너 달 일하다 보면 거대한 목봉의 무게는 어깨를 짓눌러 오고 낙오병은 점차 늘어난다. 남아 버티는 자들마저 쓰러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언제까지 잡고 있을 지 본인조차 가늠할 수 없다.


국제 회계기준과 연결재무제표, 국제 감사기준의 도입으로 목봉의 무게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는데 일 할 수 있는 시간은 결산기의 집중과 공시기한의 단축으로 오히려 줄었다. 여기에 퇴사 인원으로 목봉을 같이 들고 있을 일손은 크게 부족하다. 회사의 결산 능력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고 이를 다그칠 회계사의 힘은 너무나 미약하다. 수백만원을 호가하던 아파트 감사 보수는 수십만원대로 추락했다. 부실감사로 수백억원을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과는 극명하게 비교된다.


이렇듯 무력한 감사인을 만들어 놓고도 선진국의 힘 있는 감사인만이 가능한 회사와의 유착을 걱정하며 감사인 강제 교체제도와 용역업무의 수임 금지제도를 도입하자는 제안은 시기상조다. 감사인이 마음에 안 들면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제도하에서는 압박은 있어도 유착은 없다. 유착은 힘부터 키워 놓고 걱정할 일이다.


새로운 타개책으로 감사인의 강제 배정이 논의된다. 효과는 매우 크겠지만 장기적으로 능사는 아니다. 경쟁이 실종되면 회계사 업계의 발전이 없고 회계 선진화는 요원하다. 관건은 감사를 잘해야 인기가 있는 경쟁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방편으로 유명무실한 감사위원회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힘센 감사위원회가 회사에서 독립돼 양질의 감사인을 고용한다면 분명 해결의 실마리는 있다.


선진국에서는 경영자와 독립되고 힘센 감사위원회가 회사와의 완충역할을 맡아 감사인에게 힘을 나눠준다. 감사인은 회사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감사위원회가 정하고, 이들의 책임은 회사의 부정과 분식을 감시하는 것이다. 보수가 다소 높아도 당연히 감사를 가장 잘하는 감사인을 선정한다. 그러다 보니 오래된 감사인일수록 회사에 대한 이해가 깊어져 감사 품질은 저절로 높아진다.


힘 없는 감사인을 강제로 교체하자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감사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해서 감사인이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주는 방안을 강구함이 옳다. 회계사를 비난하고 처벌하는 것은 소신껏 감사를 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준 다음에 해야 정의롭다.


윤현철 삼일회계법인 부대표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