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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위기의 한국 금융, 당국은 책임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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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어제 금융권에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위기 상황에 처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금융지주사 회장과 금융 공기업 수장, 은행ㆍ증권ㆍ보험ㆍ저축은행ㆍ여신금융(카드)협회장 등을 불러 모아 가진 간담회장에서다. 고객정보 유출 등 잇따른 금융사고를 언급하며 "금융의 '미래'가 아닌 '기본'에 대한 이야기를 반복하는 현실이 침통하다"고 했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실천방안 및 금융규제 개혁 방안을 논의하자는 자리였지만 금융위원장의 작심 발언에 회의 분위기는 침울했다고 한다. 만시지탄이다. 신 위원장의 말대로 한국 금융은 만신창이다. 덩치만 커졌지 여전히 국내 영업과 예대마진에만 매달리는 은행, 새로운 상품 개발보다 거래수수료에 목을 매는 증권사, 불법 대출 등 금융사고로 정체성을 잃은 저축은행, 저금리로 자산 운용에 애를 먹는 보험사, 고객정보 유출의 근거지란 불명예를 안게 된 카드사 등 성한 금융사가 없을 정도다. 저성장ㆍ저금리 상황에서 수익구조가 악화된 판에 내부통제 부실로 인한 각종 금융사고가 겹쳐 신뢰 위기에 빠져든 모습이다.

그렇다고 금융당국이 으름장을 놓은 식의 '관제(官製) 위기' 조성 발상은 곤란하다. 금융사고가 빈발한 데는 당국의 책임도 크다. 공기업의 낙하산 인사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는 데도 금융감독원은 최근까지 금감원 출신을 피감독기관인 금융회사의 감사 자리에 앉혔다. 오죽하면 '모피아(옛 재무부+마피아)'에 이어 '금피아(금감원+마피아)'란 말이 나돌까.


금융당국부터 '기본'을 지켜야 한다. 감독 방식에 대한 개혁 없이 위기의식만 조성해선 금융권의 패배의식만 키우지 않을까 걱정된다. 과거 정부에서 부르짓던 동북아 금융허브의 꿈을 거론하는 금융인은 없다. 지난해 말 발표된 금융업 경쟁력 강화 방안도 빛이 바랬다. 현 정부가 역점을 두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금융은 홀대 받았다.

금융은 우리 몸의 피로 비유된다. 금융이 원활히 돌아야 경제도 온전하게 발전한다. 그런데 작금의 현실은 금융이 경제활동을 돕기는커녕 발목을 잡아 국민이 금융을 걱정하는 형국이다. 당국과 업계의 간담회나 다짐 대회, 이벤트성 행사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금융당국과 업계의 철저한 자기반성을 기반으로 개혁에 나서야 신뢰 회복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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