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단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알렉세이 쿠드린 전 러시아 재무장관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 조치가 러시아 경제에 미칠 파괴력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13일(현지시간)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쿠드린은 "서방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이유로 러시아에 본격 제재를 가할 경우 한 분기에만 약 500억달러의 자본이 러시아를 이탈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쿠드린은 이날 현지 '산업·기업인 연맹'(한국의 전경련에 해당) 회의에 참석해 이같이 전망했다. 쿠드린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집권한 2000년대부터 10년 이상 재무장관을 지냈던 인물로 2011년 당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갈등을 빚으며 경질됐다. 그는 현재 러시아 대통령 산하 경제위원회 최고위원직을 맡고 있다.
쿠드린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러시아와 서방의 갈등이 심화할 것이며 이 때문에 서방의 경제 제재가 예상되고 있다"면서 이 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2008년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와의 분쟁 때도 서방의 대러 제재가 있었지만 그 기간은 3~6개월 정도였다"며 "이번엔 관계국들이 정치적 해결책을 찾을 때까지 제재 기간이 더 길어 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이같은 제재는 러시아의 거시 경제와 투자에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며"이는 외국 투자자들 뿐 아니라 국내 투자자와 국민의 투자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칠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재가 일부 (러시아) 인사들의 계좌 동결에만 제한된다면 이는 특정기업이나 기업활동, 일정 목록의 상품과 제품에만 영향을 미치는 약한 제재에 그칠 것"이라며 그러나 외국 기업들이 러시아내 활동을 접는 더 큰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쿠드린 전 장관은 서방 은행들이 이미 러시아 기업들에 대한 여신라인을 차단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쿠드린은 "이같은 혼란의 여파로 올해 러시아의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 말 예상치인 2.5%보다 훨씬 떨어질 것"이라며 "많은 전문가가 1.5% 성장을 예상하지만 내가 보기엔 1% 아니면 제로 성장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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