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크림반도의 주민투표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유럽연합(EU)과의 협력협정을 서두르는 등 러시아와의 연결고리 끊기에 나섰다.
◇메르켈, 제재 경고·OECD, 협상 중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크림반도 합병을 추진하는 러시아가 "정치·경제적으로 상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13일(현지시간) 경고했다.
메르켈 총리는 크림 자치공화국의 주민투표 다음날인 17일까지 외교적 해결을 위한 진전이 없으면 자산 동결, 여행 금지 등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즉각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런 조치가 효과적이지 못하면 추가 제재도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이날 성명을 내고 러시아 가입 협상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34개 OECD 회원국의 협상 중단 요청에 따른 것이다. 러시아는 OECD에 가입하기 위해 2007년 5월 이후 협상을 진행해 왔다.
OECD는 또 "우크라이나의 공공정책 문제 해결을 돕고자 회원국들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협상은 중단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EU는 최근 경제위기에 빠진 우크라이나에 차관과 무상 공여 등 110억 유로(약 16조5000억원)의 재정지원 계획을 밝혔다. 오는 20∼21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와 정치부문 협력협정에도 서명할 예정이다. 러시아의 크림 합병에 맞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유발한 근본 원인인 협력협정 체결을 서두르겠다는 것이다.
◇우크라, 러와 관계 단절= 우크라이나 정부는 옛 소련국가 모임인 독립국가연합(CIS)에서 완전히 탈퇴할 수 있다는 입장을 13일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EU와의 협력협정을 추진하면서도 CIS 탈퇴를 언급하지는 않았었다. 불필요하게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겠다는 뜻에서다. 그러나 크림 합병 움직임으로 러시아와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자 옛 소련권과의 연결 고리를 완전히 끊겠다고 나섰다.
CIS에는 현재 옛 소련 10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다만 CIS 창설 협정에 서명하고서도 헌장을 비준하지 않은 채 어중간한 지위를 유지해왔다. 우크라이나의 CIS 탈퇴 시사는 몇년 전 러시아와의 갈등 끝에 CIS를 떠난 조지아(그루지야)와 같은 길을 갈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나토 가입도 서두를 계획이다. 우크라이나 의회에는 이미 나토 가입 추진을 요구하는 법안이 제출된 상태다.
◇서방-러 군사충돌 위기감=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러시아 남서부 로스토프스카야주(州), 벨고로드스카야주, 쿠르스카야주 등과 서부 탐보프스카야주 등에서 비상 군사훈련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탐보프스카야주를 제외한 3개 주는 모두 우크라이나와 접경하고 있다.
훈련은 철도·항공 이동 등을 포함한 이동 배치 훈련과 사격 훈련 등 2단계로 진행된다.
러시아는 지난달 26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시로 서부 접경 지역의 대규모 비상 훈련을 끝낸 뒤에도 단위 부대별 훈련을 계속하고 있다.
러시아 측은 이번 군사훈련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계없는 통상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크림 주민투표에 앞서 무력시위를 통해 우크라이나와 서방을 압박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12일 러시아가 접경 지역에 수만 명의 병력을 집결시켰다며 우크라이나군도 이에 맞서 전투 준비 태세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나토도 크림에서 러시아의 군사 움직임을 감시하기 위해 전날 공중조기경보관제시스템(AWACS) 정찰기 두 대를 우크라이나 국경에 배치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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