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일산업·피씨디렉트 등 주가급등…논란 마무리되면 급락 가능성 커
[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 최근 경영권 다툼으로 가격이 급등하는 종목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시적인 주가변동에 그칠 수 있어 섣부른 투자는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4일 선풍기 등 가정용 전기기기 제조업체인 신일산업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310원 올라 2380원에 마감했다. 하루에 상승할 수 있는 주가 제한 폭인 14.98%나 비싸졌다. 지난 12일(14.91%), 13일(11.89%)이 이은 3일째 고공행진이다.
신일산업의 주가가 급등한 이유는 경영권 분쟁의 영향이 크다. 수원지방법원은 지난 11일 신일산업 대주주 황귀남 씨가 낸 주주총회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황 씨는 경영 참여를 위해 새로운 이사진을 선임하는 안건을 주총에 올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지난달 김영 신일산업 회장이 경영권 방어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경영권 분쟁이 치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일산업의 경영권 분쟁 논란은 지난달에도 주가 급등을 불렀다. 황 씨와 2인의 특별관계자는 지난달 18일 기준 신일산업의 주식 11.27%를 확보했다.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이 제기되며 다음날인 19일 신일산업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4.94% 오른 1770원을 기록했다.
피씨디렉트도 마찬가지 이유로 최근 주가가 급등했다. 지난 10일 피씨디렉트는 서울중앙지법이 자사 지분을 대량 보유한 스틸투자자문의 관계자가 낸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이는 스틸투자자문 측이 새로운 감사 선임 안건을 주총에 상정하는 것이어서 경영권 다툼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이후 피씨디렉트는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런 주가 변동은 기업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 신일산업의 경우 2012년 8%, 지난해 148%의 영업이익 성장세를 보여 기업가치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하지만 신일산업이 지난달 14일 지난해 영업이익을 발표한 다음 거래일 주가는 상승 폭이 2.05%로 크지 않았다. 반면 이번 경영권 분쟁 논란이 불거진 19일부터 급등했다. 피씨디렉트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적자전환한 데다 뚜렷한 경영실적 개선 징후도 없다. 그런데도 경영권 분쟁 논란 이후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경영권 분쟁 기업의 주가가 급격한 상승곡선을 그리는 이유는 투자자들이 이때 생길 지분 매입 경쟁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해당 주식의 수요가 많아지면 가격도 올라갈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제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추격매수에 나섰다가는 손해를 보기 십상이다. 경영권 분쟁 이슈가 사라지면 해당 기업의 주가가 급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원수산이 대표적 사례다. 동원수산은 지난해 9월 창업주 고 왕윤국 명예회장이 별세하며 친인척 사이에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주가는 10월 초 1만8000원대까지 치솟았다. 동원수산의 2012년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6.7%와 39.2% 줄었고, 지난해에는 모두 적자전환한 점을 감안하면 비정상적인 주가 급등이었다.
하지만 고 왕 명예회장의 장남인 왕기철 대표이사가 두달 뒤 최대주주에 오르며 논란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10월7일 1만885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11월말 1만900원까지 떨어졌다. 14일 현재 동원수산 주가는 8700원으로 당시보다 더 내린 상태다.
조성준 NH농협증권 연구원은 "투자자가 주식을 가지고 있다가 경영권 분쟁에 참여한 쪽에 팔면 될 거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지만 현실성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연구원은 "경영권 분쟁 논란은 언제 끝날지 예측되는 부분이 아니다. 기업가치를 보고 투자를 해야지 이런 방식의 추격매수는 권유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박준용 기자 junef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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