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유럽연합(EU)이 탈세를 방지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은행계좌정보 자동 교환 제도 시행이 또 다시 무산됐다.
11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열린 EU 재무장관 회의는 은행 계좌정보 공유를 전면시행하는 방안에 합의하지 못했다. EU 재무장관들은 조세회피처로 유명한 룩셈부르크가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아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EU의 정책이 법제화되기 위해서는 EU 28개 회원국 전체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EU는 지난해 말까지 은행계좌 정보 공유를 전면 시행할 계획이었으나 룩셈부르크의 반대로 지금까지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유럽의 조세회피처 중 하나인 오스트리아도 역시 이 제도에 반대했으나 지난해 말 계좌정보 공유에 원칙적으로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
룩셈부르크는 스위스와 리히텐슈타인 등 다른 조세회피처와 보조를 맞춰 이 제도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EU 집행위원회는 이들 조세회피처도 은행계좌 정보 공유에 참여하기 시작했다고 밝히고 룩셈부르크도 속히 은행비밀주의 철폐에 동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U 역내의 탈세 규모는 연간 1조유로(약143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EU 28개 회원국의 전체 의료보장 비용보다도 많은 것이다.
EU는 은행 영업의 비밀주의가 탈세를 부추겨 국가재정을 부실하게 만든 것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재정·금융위기 발생의 주요 원인이 된 것으로 보고 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주요 5개국은 지난해 탈세 방지를 위해 은행계좌 정보를 상호 교환하기로 합의했다. 주요 5개국은 각국 은행 간 예금정보 등을 자동으로 교환해 은행 영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비밀계좌를 이용한 탈세를 원천 봉쇄하는 '시범 프로젝트'를 시행할 계획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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