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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미술 1번지 '안양'의 새로운 스토리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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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미술 1번지 '안양'의 새로운 스토리텔링 배영환 작가의 '사라져가는 문자들의 정원'. Copyright 2014. Lee,Inhee all right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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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공공예술프로젝트 28일 개막…사업 10년, 전환점 모색도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공공미술은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 불린다. 주로 길거리나 야외의 벽화 그리고 조형물이 대표적이다. 예술 향유권을 건물 내 작품관람에만 국한하지 않고 마을과 도시에 작품들을 세워 시민들과 예술과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다. 공적 영역의 예술복지 분야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1990년대 후반부터 공공미술에 대한 사회적 바람이 조금씩 불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 차원에서 이를 처음으로 프로젝트화한 것이 경기도의 중소도시 안양이었다. 안양은 지난 2005년 쇠락하는 유원지를 되살리는 데 공공예술 개념을 도입했다. 그리고 안양을 벤치마킹해 서울 도시게릴라프로젝트, 광주 비엔날레의 '폴리 프로젝트' 를 비롯해 다른 도시들이 잇따라 지역의 예술축제와 문화사업에 공공예술을 도입했다.

공공미술의 첫 장을 열었던 안양은 이 분야의 선구자인 만큼 공공미술의 새로운 시도들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올해 공공미술 10년차를 맞은 이곳에서 이달 28일 제4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가 개막된다. 3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이 프로젝트의 올해 행사는 국내에서 전개돼 온 공공예술의 문제점을 반성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전환점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공공미술이 적잖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보이고 있는 문제들, 즉 조형물 설치의 난립, 관리부실, 미흡한 주민참여 등의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고 해결책을 마련해 보겠다는 취지다.
 

공공미술 1번지 '안양'의 새로운 스토리텔링 APAP의 프로젝트 아카이브. 공공미술과 관련한 기록물, 도서들이 모아져 있다.


지난 7일 찾아간 안양시 만안구 일대 삼성산과 안양천 일대에는 네덜란드 건축가팀이 만든 안양전망대 등 50여개의 공공예술품들이 자리해 있다. 이 중 절반 가량은 기존 작품들이 새단장해선보이는 것이며, 24점은 국내외 작가들이 새로 만든 작품이다. 이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예술공원 입구에 세워진 배영환 작가의 '사라져가는 문자들의 정원'이란 작품이다. 수메르ㆍ아즈텍ㆍ한자ㆍ히브리ㆍ이집트ㆍ마야 등 지금은 잊혀진 고대문명의 문자들과 점자 수화, 옛 한글을 새긴 조각품이다. 이 작품이 자리한 곳은 제약회사 유유산업의 옛 공장부지의 일부다. 건물 일부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남겨진 8개의 기둥, 현대 문명의 한 '유해'에 옛 문자의 유해가 새겨졌다. 이 조각품 아래는 거북 귀(龜)자를 형상화한 조경이 꾸며져 있다. 신라시대부터 비석을 세우기 위해 받침대로 놓았던 '귀부'를 형상화한 것이기도 하지만 한자의 기원이 된 갑골문자의 은유 같기도 하다. 배 작가는 "어떤 문자가 나오기까지는 많은 문화적 축적이 이뤄진다. 침략과 통합으로 사라져간 전통과 문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유유산업 건물은 특히 서양건축의 거장 르코르뷔지에의 제자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김중업이 설계한 건물이라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APAP 개막과 동시에 공장 건물을 증개축한 김중업박물관도 개관할 예정이다. 더욱이 이곳은 안양시의 이름이 유래된 '안양사' 절터라는 증거가 나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지난 2007년 시는 공장이 충주로 이전한 후 발굴조사를 벌이면서 대형기와 등 유물이 출토 '안양사(安養寺)'라는 글씨가 새겨진 대형기와 등 유물들을 출토한 바 있다.


심혜화 안양문화예술재단 팀장은 "사업부지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갖는 세 가지 역사적 흔적들이 안양시의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미술 1번지 '안양'의 새로운 스토리텔링 올해 APAP 개막을 맞아 시민들이 공공예술에 대해 가깝게 접할수 있도록 공원도서관, 만들자 놀이터 등이 들어간 건물 '안양파빌리온'의 라운지 모습.


이외에도 재단은 조형물을 뛰어넘어 공공미술을 안내하는 전문해설사 양성 프로그램 및 교재 개발과 공공미술에 대한 전문적인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사업들을 벌여갈 계획이다. 이 같은 아카이브 결과물은 이번 APAP를 통해 마련된 국내최초 공공예술전문 서가인 '공원도서관'에 보관된다. 또한 이런 정보와 기록들은 앞으로 공공에서 널리 활용될 수 있는 자료로 배포될 예정이다.


공공미술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하고 있지만 적잖은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조형물 설치 위주로 한 작품들의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배 작가는 "대중과 미술이 호흡한다는 공공미술을 총론에서 지속적으로 지지해 주길 바란다"며 "각론에서는 우리 상황에서 처한 여러 문제들을 다양한 방향으로 논의해보면서 점차 더 나은 환경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첫 회부터 지금까지 APAP를 꾸려온 심 팀장은 "지금까지 공공미술은 공적인 문화자원으로 작품의 보급에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주민이 주체가 돼 만들어가는 문화자산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저런 한계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공공미술이 시민들의 문화ㆍ예술 향유권을 넓혀준 것에 대해서는 평가할 대목이다. 안양문화예술재단 통계에 따르면 안양시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공공예술에 대한 인지도는 2008년 40% 미만에서 지난해 70% 이상으로 늘었고, 만족도는 80% 이상, 공공예술사업이 지속되길 바란다고 응답한 이는 70%인 것으로 나타났다. 만안구에 거주하는 주부 왕 모(여ㆍ40대)씨는 "10년동안 예술품들을 가까운 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것은 이 지역주민으로 크게 만족스러운 일"이라며 "적은 예산으로도 문화를 누릴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겨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4회째 맞고 있는 APAP는 회마다 예산이 줄어들곤 있지만 사실 그것은 중요한 게 아니다. 공공미술의 기조를 잃지 않고 지속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고, 10년, 20년 후에는 주민과 지역의 이야기가 끈끈하게 결합되는 내실을 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심 팀장)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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