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예측가능성 높아지면서 투기거래 증가
시장 역풍 우려한 중앙銀 실기 위험도 커져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선제안내(Forward Guidance)'가 글로벌 경제에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고 국제결제은행(BIS)이 지적했다.
선제안내란 통화정책의 기조를 '긴축'으로 전환하는 조건을 명시한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중앙은행들은 경기회복 속도를 높이기 위해 시장과의 소통 강화에 나섰고 그 일환으로 선제안내 정책들을 잇달아 도입했다. 하지만 BIS는 선제안내 때문에 통화정책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면 되레 금융기관의 위험한 투기적 거래를 확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BIS는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투자자들은 선제안내 덕분에 어떤 기준금리 인상도 미리 알 수 있게 된다고 믿게 되며 이에 따라 안심하고 투기적 거래에 나서게 된다고 꼬집었다.
BIS는 중앙은행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의 반응만 너무 염려해 긴축정책 이행 시기를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긴축정책 전환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해 금리 인상에 신중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자산 거품이 커지고 리스크도 더욱 높아진다는 것이다.
BIS는 또 선제안제가 자주 바뀔 경우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최근 미국과 영국이 선제안내 변경을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 회복이 아직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실업률이 선제안내의 조건으로 내세웠던 수준에 근접했기 때문이다.
BIS는 선제안내의 예기치 않은 변경도 문제지만 잦은 변경도 선제안내의 신뢰성을 훼손시켜 시장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제안내가 정책상의 어떤 특정 지표에만 투자자들이 집중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BIS는 꼬집었다.
BIS는 선제안내의 효용성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제기했다.
선제안내가 1년 이하 단기 채권 금리 안정에는 도움이 되지만 장기 채권 금리의 경우에는 효용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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