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세 후계구도도 주목할 만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3월 주주총회 시즌이 돌아오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의 주총 안건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눈여겨 볼 대목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강화 움직임이다. 지난해부터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여러번 밝혀왔고 올해 '의결권 행사지침 개선안'을 통해 공공연하게 캐스팅보드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검찰 수사 등으로 오너 일가의 검찰 수사가 진행된 SK, 한화, CJ그룹은 이사회 멤버가 대거 교체된다. SK의 경우 최태원 SK 회장이 그룹 내 모든 계열사의 이사직에서 사퇴했고, 최재원 SK 수석 부회장 역시 계열사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이 총 8개의 계열사 등기이사직 중 3개 회사(CJ E&M, CJ CGV, CJ오쇼핑)의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다. 일괄 사퇴 대신 재선임하지 않는 방식을 택했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이 (주)한화를 비롯해 한화케미칼, 한화엘앤씨, 한화갤러리아, 한화건설, 한화테크엠, 한화이글스 등 7개 계열사의 등기이사직에서 모두 물러났다.
큰 사고 없이 지난해를 보낸 기업들은 오너 일가의 등기임원 재선임 및 신규 선임에 나서며 오너 2~3세들이 약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을 비롯해 이웅렬 코오롱 회장, 신동빈 롯데쇼핑 회장,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등을 비롯해 오너 3세인 정의선 현대모비스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역시 재선임 여부가 결정된다. 이부진 사장은 삼성가 3세 중 유일하게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있다.
등기임원 신규 선임을 통한 후계 구도 안배도 볼거리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제철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다. 이로 인해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의 이사회내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석래 효성 회장의 두 아들 조현준 효성 사장, 조현상 효성 부사장이 등기이사직에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한진그룹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한진칼) 부사장이 나란히 사내 등기이사직에 이름을 올리며 오너가 2세, 3세의 부자경영에 나선다. 조 부사장은 한국공항 주총서도 사내 등기이사직에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세아그룹은 고 이운형 회장 작고 이후 경영 일선에 나선 장남 이태성 상무를 세아홀딩스 등기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전직관료 출신들의 사외이사 선임 관행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효성이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을 사외이사로 추대한데 이어 현대중공업은 금융감독원 부원장 출신의 이장영 금융연수원 원장, SK텔레콤은 이재훈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사외이사로 영입한다. SK네트웍스는 허용석 전 관세청장을 신규 사외이사, 감사위원으로 임명할 방침이다. LS산전은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지낸 이병국 이촌 세무법인 회장을 영입한다. 한화는 황의돈 전 육군본부 참모총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할 예정이다.
한편 최근 의결권 강화 방침을 연이어 시사한 국민연금이 3월 주총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장 7일 주총이 예정된 만도가 대상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만도의 유상증자에 반대의견을 냈지만 만도측이 이를 강행해 이번 주총에서 만도 대표이사의 선임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해 3월 주총의 최대 이슈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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