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부터 지역내 109곳 경로당 두 바퀴 돌며 난방 등 시설 일일이 체크해 개선, '효자구청장' 호칭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어르신들께 '제가 무슨 당이냐'고 물어보면 곧 바로 ‘경로당’이라고 해요. 2011년부터 지역내 경로당 109곳을 두 번 이상 방문해 어르신들과 대화를 나누고 어려운 사항을 개선해준 덕분이 아닌가 합니다”
유종필 관악구청장은 인터뷰를 통해 이처럼 '효도 구청장'으로서 어르신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어떤 경로당을 갔더니 할머니들이 솜이불을 깔고 앉아 계셔 이유를 물어보니 난방이 안돼서 그렇대요. 정말 기가 막혔어요”고 전했다.
경로당을 나선 유 구청장은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2011년3월부터 10월까지 109개 경로당을 모두 방문한 그는 빼곡히 적은 메모장을 꺼내 들고 하나하나 검토를 시작했다. 보일러 교체, 도배, 부식비 증액 등 크고 작은 건의사항이 161건이었다.
유 구청장은 “당장 급한 것이 난방인데 예산이 한 푼도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예비비라도 급히 쓰라고 했죠”고 말했다.
구는 같은 해 11월 경로당 6개소 난방시설을 전면 개·보수하고 경로당 시설과 운영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나갈 ‘경로당 활성화 종합계획’을 마련했다.
유 구청장은 2013년 초 109개 경로당을 다시 방문했다. 이 과정에 접수된 건의사항이 118건이다. 2011년부터 경로당에서만 279건의 민원을 접수한 셈이다.
“법규상 도저히 안 되는 것을 빼고 다 처리했다”는 것이 유 구청장의 설명이다.
그는 “제가 경로당에 가보니 여건이 천차만별이에요. 보조금을 면적만 따져서 지원을 하니 크고 좋은 경로당은 예산도 많이 가고 작은 경로당은 모든 것이 형편없어요. 그래서 이런 부분도 완전히 개선했습니다”고 밝혔다.
관악구는 ‘경로당 활성화 종합계획’에 따라 시설 현대화와 운영 개선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약수경로당(미성동) 등 5개소를 신축하고 예촌경로당(남현동) 등 5개소를 리모델링해 총 10개 경로당을 새롭게 꾸몄다.
그리고 단순 쉼터나 중식장소로만 여겨오던 경로당을 어르신들의 문화복지, 일자리 공간으로 바꾸는 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경로문화대학’ 운영으로 평생학습을 지원하고 자원봉사단체와 연계해 안마 공연, 영화 상영 등 봉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신사경로당 건물 옥상에 설치한 친환경 수경재배 시설과 같은 공동작업장, 어린이집을 방문해 그림책을 읽어주는 ‘머리맡 동화책’ 사업 등은 일자리 창출 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다.
구는 어르신 건강관리를 위해 매주 목요일 보건소 한의사와 간호사가 경로당을 방문해 침 시술과 질환 예방교육을 실시한다.
백설경로당(낙성대동)에는 배움의 시기를 놓친 어르신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관악세종글방’이 있다.
그는 “뭐든지 애정을 쏟으면 답이 오죠. 제가 공을 들이니 경로당도 스스로 변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관악구 경로당들은 유 구청장의 노력에 화답하듯 지역사회를 위해 나서고 있다.
지난해부터 경로당 어르신들이 모자나 목도리를 털실로 떠서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는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방학기간에는 청소년들이 경로당에서 뜨개질을 배워 어르신들과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한다. 경로당이 공동체 문화를 형성하는 공간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그는 “몇 군데에서는 정치인이 경로당 방문한 게 처음이래요. 대부분 구석지고 허름한 경로당에서 나온 말이에요”고 했다.
유 구청장은 궤도에 올라 선 ‘지식복지’ 사업과 더불어 앞으로 그늘진 곳을 감싸는 행정에 주력하겠다는 ‘효도 구청장’으로서 강한 의지를 밝혔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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