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지난 2개월 사이에 신흥국 주식과 채권 시장에서 빠져 나간 돈이 지난해 전체 이탈 금액을 넘어섰다.
2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 초 부터 현재까지 미국에서 거래되고 있는 신흥국 상장지수펀드(ETF)에서 빠져 나간 자금은 113억달러를 기록, 지난해 전체 이탈 금액 88억달러를 넘어섰다. 대표적인 신흥국 ETF인 아이셰어 MSCI 이머징마켓 ETF에서만 올해 74억달러의 환매가 발생했다.
반면 지난 두 달간 유럽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ETF로 50억달러가 유입됐다. 지금 이 속도 대로라면 지난해 유럽 ETF 자금 유입액 180억달러를 일찌감치 초과할 가능성이 크다.
신흥국 ETF 가운데 채권 보다는 주식쪽에서 더 많은 자금이 빠져 나갔다. 신흥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ETF의 총 자산 규모는 지난해 보다 10% 줄어든 930억달러다. 채권시장 ETF 자산은 2.5% 줄어든 88억달러를 기록 중이다.
올해 신흥국 주식시장의 흐름은 선진국에 비해 많이 부진하다. 중국의 성장 둔화, 터키·남아공 등 신흥국 통화가치의 급락·우크라이나·태국 등 신흥국 정정불안 등이 맞물리면서 신흥국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MSCI신흥국지수는 올 들어 현재까지 3.8% 하락한 반면 유럽 주식시장의 흐름을 나타내는 스톡스유럽600지수는 2.7% 상승해 2011년 이후 신흥국-선진국 간 주식시장 등락 격차가 가장 많이 벌어져 있다.
미국 투자자문 회사 발앤게이너의 스캇 로지 펀드매니저는 "신흥국에서 빠져 나간 자금이 선진국 시장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음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은 특히 유럽을 투자하기에 안전한 시장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흥국 시장은 적어도 6개월간은 계속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TF는 최근 신흥국의 급격한 자금 이탈 주범으로도 꼽히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존 아서스 투자부문 선임 칼럼니스트는 최근 칼럼을 통해 투자가 쉬운 ETF의 구조적 요인과 금융권의 잘못된 ETF 마케팅 방식 등이 신흥국 자금 흐름 급변이라는 폐단을 낳았다고 진단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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