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설명서 제출 이틀 뒤 영업손실 발표…공시의무 위반 혐의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금융당국이 공시의무 위반 혐의로 GS건설을 조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초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실적 악화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GS건설은 지난해 2월 38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영업손실 가능성을 증권신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데 대해 공시 위반 여부를 조사받고 있다.
GS건설은 지난해 1월24일 회사채 발행 증권신고서를 공시했고 이후 수요예측 등을 거쳐 발행조건을 확정해 2주 뒤인 2월5일 최종 투자설명서를 제출했다.
문제는 이틀 뒤인 2월7일 GS건설이 기존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영업실적을 발표했다는 점이다. 이날 GS건설은 2012년 4·4분기 804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전환한 사실을 공시했다. 이 영업손실 규모는 2주 뒤인 2월19일 846억원으로 정정되기도 했다.
GS건설이 2012년 4분기에 적자를 내면서 연간 실적도 크게 쪼그라들었다. 이 회사가 2012년 초 공시했던 연간 영업실적 전망은 매출 9조5170억원에 영업이익 5550억원이었다. 그러나 실제 내놓은 실적은 매출 8조5310억원, 영업이익 1332억원에 불과했다. 매출은 10.4%, 영업이익은 76.0% 감소한 것이다.
통상 기업들이 확정된 실적을 발표하기 한달 정도 전에 가결산이 완료되는 점을 감안하면 회사채 투자설명서를 제출한 시점에 이 같은 실적 악화를 이미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하지만 GS건설이 지난해 2월5일 제출한 투자설명서에는 이 같은 위험에 대한 고지가 없다. 당시 투자설명서를 보면 2013년 3분기 누적 매출 6조8646억원과 영업이익 2241억원을 기재하며 "당사는 지속적으로 우수한 수준의 영업이익을 달성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4분기 영업손실에 대한 가능성은 찾아볼 수 없다.
GS건설은 지난해 1~2월 두달 동안에만 1조원이 넘는 장기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발행했다.
한편 GS건설은 지난해 1분기 '어닝쇼크' 실적이 분식회계라는 의혹이 일면서 투자자들에게 손해배상소송도 당한 상태다. GS건설은 지난해 1분기에 영업손실 5354억원, 순손실 3861억원의 실적을 발표했는데 투자자들은 GS건설이 회계기준을 위반해 예정원가의 추정치를 변경하지 않다가 한꺼번에 손실을 반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경제개혁연대가 GS건설에 대한 회계감리를 금감원에 요구했지만 구체적인 증거가 없는 데다 분식회계 혐의를 찾지 못해 감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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