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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재정에 비판적인 그 입에 재갈을 물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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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국회예산정책처 기능과 지위 둘러싸고 논란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5.1%로 그리스(165.6%), 미국(106.3%), 영국(103.9%), 프랑스(109.7%)에 비해 양호한 수준이지만 재정이 건전하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한국의 국가채무 증가속도와 고령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부채 상승 속도와 대외 충격에 약한 개방경제의 성격, 급작스런 남북 통일 등의 가능성을 감안하면 한국은 재정건전성을 더욱 건전하게 관리할 필요가 크다.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 분석(2013년 11월12일)


# 정부의 세법개정안 수정안에 따르면 총급여가 55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는 세부담이 증가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5500만원 이하도 세부담이 늘 수 있다. 실제 세금이 늘어나는 근로소득자 비율은 가구 내 인적 구성이나 지출에 따라 총급여 5500만이상인 13.2% 보다 많을 것이다. 또 정부의 세수 예측은 잘못됐다. 정부는 비과세ㆍ감면 정비를 통한 10조6000억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지만 우리는 8조7000억원의 세수를 확보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2013년 세법개정안 분석(2013년 10월28일)

# 기초연금안이 정부안대로 시행되면 현재 만 20세의 경우 기초노령연금 유지할 경우에 비해 수령액이 4260만원 가량 줄어들 수 있다. 기초노령연금은 임금상승률에 따라 결정되지만 기초연금 정부안은 물가상승률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기초연금액 추계(2013년 11월10일)


국회 예산정책처(예정처)가 지난해 발표해 세상의 주목을 끌었던 분석보고 내용을 간추린 내용이다. 이같은 보고서를 내놨던 예정처의 권한과 지위를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여당에서는 예정처의 권한과 역할을 축소시켜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야당에서는 오히려 예정처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18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는 류성걸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국회예산정책처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논란의 대상이 됐다. 박민수 민주당 의원은 이 자리에서 류 의원의 법안에 대해 "국가 정책에 대한 심의를 담당하는 예정처의 권한을 제한하고 축소하려는 문제 법안"이라며 "현재 정국과 상관없이 3권분립과 국회의 권한의 기준에서 이 법안을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류 의원의 법안은 예정처에 중립성 의무를 부과하고 국가 주요 사업에 대한 평가 업무를 할 수 없게 할 뿐 아니라 예정처의 조사·분석 자료를 의정활동을 위한 목적으로 제한하고 외부에 알릴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또한 직무범위를 위반할 경우 징계를 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까지 담겼다.


류 의원은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평가 등을 보도자료를 통해 홍보함에 따라 예산정책처의 의견이 국회 전체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며, 예산정책처의 정치적 중립성 및 객관성 확보에 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회 상임위원회 및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직무와 예산정책처의 직무가 중복되어 업무의 비효율을 초래하고 위원회의 권한이 침해되고 있다는 지적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예정처는 류 의원의 법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전문위원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예정처는 이미 법으로 예산정책처장에게 중립성에 대한 법적 의무 규정하고 있는데 개정안을 통해 또 다시 중립성을 부과할 경우 직원들이 소극적으로 업무 수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예정처가 여당 등 정치권의 눈치보기로 인해 소신껏 일을 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또한 국가 주요 사업에 대한 평가 업무를 삭제할 경우 국회법이 예정처를 통해 재정정책 및 예ㆍ결산에 대한 국회의 심사능력을 제고하려는 취지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정 현안이나 문제점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예정처의 연구 성과물을 홍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더욱이 전문위원 심사보고서에는 징계조항과 관련해 “공무원이 직무범위를 넘은 것을 독자적인 징계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입법례는 없다는 점과 직무범위를 넘은 것을 징계사유로 하는 것은 공무원의 적극적인 업무 수행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무원들에게 직무범위를 넘어가면서까지 적극적으로 일을 하면 징계를 가하겠다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인 셈이다.


그동안 예정처는 정부의 재정 운용이나 주요 정책에 있어서 정부 입장과 다른 분석보고서를 내놔 주목을 보았다. 지난해 예정처는 정부의 기초연금안, 세제개편안 등을 분석해 정부의 설명과 크게 다른 설명을 내놔 주목을 끌었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측은 "새누리당이 지난해 운영위 회의부터 예정처와 관련해 정부의 재정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는 것에 대해 그렇게 하지 말라고 비판하는 분이 많았다"며 "이같은 취지에서 (류 의원의 법안이) 나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의원은 류 의원이 과거 기획재정부 차관을 역임했던 것을 언급하며 "개정안은 기재부 위주로 예산심의나 정책심의를 하자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예정처는 기재부의 천적 구실을 하고 있다. 기재부의 재정전망이나 예산안 등에 대해 전문성을 가지고 비판을 할 수 있는 곳 가운데 예정처만한 곳이 없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국가 채무가 늘어남에 따라 '나라 살림 지킴이' 역할을 자임하는 예정처와 기재부와의 충돌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반대로 예정처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안도 국회에 등장했다. 최재천 민주당 의원은 예정처의 직무 내용에 조세정책·조세지출예산에 대한 연구, 조세특례에 대한 평가, 세입예산안 부수법률안 지정을 위한 의견 제시, 공공기관의 주요사업에 대한 분석·평가 및 규제가 재정에 미치는 영향의 평가 등을 추가로 하는 '국회예산정책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예정처의 자료요구권 강화를 위해 기한이 제시되지 않은 경우 20일 이내에 해당 자료를 제공토록 했다. 최 의원측은 "류 의원의 법안은 명목상으로는 중립성을 강화하는 안 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예정처 지위를 약화시키는 법안"이라며 "예정처의 독립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정안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실 서강대 교수는 국제재정포럼에서 "예산정책처가 다른 연구기관보다 정보 접근성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연구능력이 향상되려면 정부 정책과 관련된 로우 데이터(low data)가 공개돼야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해외전문가들은 예정처를 '감시견'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재정상황을 지켜보면서 위험신호를 감지하면 시끄럽게 짖는 게 제 역할이라는 것이다. 자비에 디브런 IMF 재정국 재정정책·감독국 부국장은 예정처와 같은 재정감시기구를 "누군가를 물기 위한 곳이 아니라 스스로를 물기 위한 곳"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그는 "물리기를 좋아하는 존재는 세상에 당연히 없지만 내가 행동을 잘못하고 있는다면 스스로를 물어야 하는 기구"이라며 "이것이 재정을 감시하는 재정위원회의 속성"이라고 말했다. 국가 재정 정책이 문제가 있을 경우 이를 비판하고 스스로에게 해를 끼치더라도 과감하게 문제제기를 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는 조직이라는 것이다.


허정수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은 “재정 관련 정보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어 이를 제 때에 맞춰 비판하기는 쉽지 않다”며 “재정 관련 정보를 분석해 대중들에게 정부와 또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구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의 사례에서 보듯 재정건전성 문제는 국가의 유지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라며 "예정처의 입에 재갈을 물릴 것이 아니라 조직의 기능을 강화되는 것이 국가 재정이나 민주주의 모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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