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개 증권사 2013회계연도 당기순손실 1098억원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지난해 국내 증권사들이 10여년 만에 적자를 봤다. 동양증권 및 한맥투자증권의 대규모 적자와 미국 양적완화 정책에 따른 금리 상승으로 인한 채권 관련 자기매매이익 감소 등의 영향이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3회계연도(2013년 4월~12월) 62개 증권사의 당기순손실(잠정치)은 1098억원을 기록했다. 2002회계연도 이후 첫 적자다. 당시 증권사들은 주식 거래 부진으로 수수료 수익이 급감한 영향 등으로 6057억원의 적자를 냈다.
2013회계연도에 34개 증권사가 5936억원의 흑자를 거둔 반면 28개사에서 7034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특히 2013회계연도 마지막 분기(2013년 10~12월)에만 205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이탈로 거래대금 등이 급감하면서 수탁수수료 수익이 전분기 대비 740억원(8.6%) 감소한 7767억원에 그친 탓이다. 자기매매이익도 9832억원으로 1023억원(9.4%) 줄었다. 반면 판매관리비는 인원 감축에 따른 명예퇴직금 증가 등으로 전분기보다 919억원(4.9%) 늘어 1조938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회계연도에 증권사들이 적자를 본 이유는 동양증권 및 한맥투자증권의 대규모 적자 영향이 컸다. 동양증권은 2013회계연도에 318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한맥투자증권은 코스피200 옵션 주문사고로 462억원의 손실을 봤다.
미국 양적완화 정책에 따른 금리 상승으로 인한 채권 관련 자기매매이익 감소 등 대외적 요인도 지난해 증권사 적자전환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4~12월 적자로 인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은 -0.3%로 전년 동기 대비 2.2%포인트 하락했다.
증권사들의 자구 노력에 따른 판관비 감소에도 불구하고 자기매매이익이 감소하고 영업외비용이 늘면서 적자에 빠졌다.
지난해 증권사들은 인원을 2559명 줄이고 국내 지점 160개의 문을 닫았다. 이에 따라 2013회계연도 판관비가 5조65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50억원(3.6%) 줄었다.
수수료 수익과 자기매매이익도 줄었다. 수탁수수료가 2조6237억원으로 1597억원(5.7%) 감소했고 인수·주선수수료도 3537억원으로 425억원(10.7%)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전체 수수료 수익은 1256억원(2.7%) 감소한 4조4288억원을 기록했다.
금리 상승으로 채권 관련 이익이 줄면서 자기매매이익도 6280억원(18.7%) 감소한 2조7206억원에 그쳤다.
영업외비용은 늘었다. 관계회사 지분 감액 등의 영향으로 영업외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2434억원(133.1%) 증가한 426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증권사 평균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은 480.0%로 전년 말보다 18.4%포인트 떨어졌다. 실적 악화 등으로 분자인 영업용순자본액이 3574억원(1.2%) 줄고 분모인 총위험액은 1623억원(2.6%) 늘어난 탓이다.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28개사의 평균 NCR은 439.9%로 지도 비율인 150%를 크게 웃돌았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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