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농산물 유통 전문가들은 정부의 유통과정 축소 거래 정책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부족한 점이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직거래 활성화를 위해 가격 위주의 정책을 지양하고, 실적에 집착하는 분위기도 개선해야 할 점이라고 제언했다.
위태석 농촌진흥청 박사는 "직거래가 지금까지는 비용을 줄이는 쪽으로 초점이 잡혀 있었다"면서 "직거래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얼굴을 마주하고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신뢰를 쌓을 수 있고, 먹거리에 대한 관심도 더 키울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위 박사는 "농산물은 계절성이 있기 때문에 직거래 장터 등에서 특정 시기에 해당 상품만 판매하면 다른 시기에는 판매할 제품이 없는 상황이 생기게 된다"면서 "소매점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상품의 구색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 다른 지역의 농산물을 가져다 팔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령 판매 시기가 엇갈리는 광주 무등산 수박과 강원도 대관령 감자 등을 각각의 직거래 장터에서 판매하도록 해 상품의 구색을 늘리고, 소비자들의 방문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정책의 실적을 강조하는 것도 오히려 효과를 반감시킨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농업경영컨설팅 업체인 한서아그리코의 하석건 대표는 "로컬푸드 직매장 등 새롭고 다양한 농산물 유통방식이 자생적으로 생겨나고 있다"면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형태의 농산물 유통이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적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 대표는 "정부가 직거래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좋지만 지나치게 개입하고, 직거래를 주도하게 되면 직거래 성과가 1~2년에 그칠 수가 있다"면서 "자연스럽게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거래를 수용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정부가 수급 정책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 산지유통법인들과의 계약재배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최병욱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배추의 경우 산지 유통의 비중이 70~80%에 이르고, 농협이 계약재배 등을 통해 수급에 관여하는 물량은 20% 수준에 불과해서 수급조절이 쉽지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법인화된 산지 유통 법인 등 생산현장에서 실제 지배력을 가진 이들과 계약재배를 통해 수급조절을 해야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종=이윤재 기자 gal-r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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