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도매시장 거치지 않고 연결..올 10월까지 구축
로컬푸드 직매장 2016년 100곳으로 늘려 유통단계 축소
[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1.3%였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직후인 1999년에 기록한 0.8% 이후 가장 낮은 물가 상승률이다. 이처럼 낮은 물가 상승률을 유지할 수 있었던 데에는 농산물 가격 안정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태풍의 피해가 없었다는 점도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지만 그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새 정부 들어 줄곧 추진해온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대책이 적지 않은 효과를 가져왔다.
농식품부는 지난 한 해 유통단계 축소로 농산물 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일반적으로 농산물 유통은 생산자, 산지 유통, 도매시장, 중도매인, 소매상, 소비자 등 5단계 이상을 거친다. 배추를 예로 들면 소비자에게 1400원에 팔리는 배추 한 포기는 생산자가 292원에 출하한다. 이 배추가 산지유통단계에서 868원으로 뛰고, 도매시장에서는 922원에 팔린다. 도매상에서 배추를 사온 중도매인은 1163원에 소매상에 넘기고, 이를 1400원에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이 같은 복잡한 유통과정을 직거래 등을 통해서 줄이면 소비자가 사는 농산물 가격은 떨어지고, 농민들이 출하하는 가격은 올릴 수 있다. 농식품부는 온라인 직거래몰, 개별농가의 온라인 직거래, 직매장, 직거래 장터 등 다양한 직거래를 적극 추진 중이다. 2012년 6028억원이었던 직거래 규모는 지난해 7126억원으로 18.2%나 늘었다.
농식품부는 올해 직거래 규모가 9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새로운 직거래 제도도 모색하고 있다. 대표적 방안이 직거래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포스몰(POS Mall)을 구축하는 것이다. 포스(POSㆍPoint Of Sales)는 금전등록기와 컴퓨터 단말기의 기능을 결합한 것으로 매출 금액과 상품재고 정보 등을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농식품부가 구상하는 포스몰은 개인 슈퍼의 포스 단말기를 이용해 농산물을 바로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도매시장 등을 거치지 않고 산지와 직접 연결되는 시스템을 구축해 농산물 판매가격을 떨어뜨리겠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오는 10월까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여기에 맞춰 물류 시스템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2년 4개에 불과했던 로컬푸드 직매장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 로컬푸드 직매장은 지역내 농가가 당일 수확한 농산물을 중간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고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곳이다. 생산자가 직접 로컬푸드 직매장에 상품을 공급하고, 소비자는 매장에서 직접 농산물을 구매한다. 6단계인 유통과정은 3단계로 줄어들게 된다. 농식품부는 로컬푸드 직매장은 일반 소매가격보다 적게는 30%, 많게는 70%까지 가격이 저렴하고, 유통비용률도 25.4%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로컬푸드 직매장의 효과로 농가 소득도 증가했다. 지난해 완주 용진농협의 로컬푸드 직매장을 조사한 결과 농가소득도 10~200% 늘었다. 김포농식품가공영농법인은 김포지역 로컬푸드 직매장 운영으로 쌀과자 매출액이 2012년 9800만원에서 지난해 1억6000만원으로 증가했고, 김포의 한 농부는 로컬푸드직매장 참여로 도매시장 출하가격보다 수익이 25% 이상 많아졌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33개인 로컬푸드 직매장을 해마다 꾸준히 늘려 2016년에 전국에 100곳으로 확대키로 했다.
유통계열화 사업도 올해 농식품부가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추진하는 핵심 사업 가운데 하나다. 농식품부는 안성 농식품물류센터를 활용해 덩치를 키운 생산자단체들이 외식업중앙회, 중소수퍼연합회와 같은 대규모 식재료 수요처와 직거래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규모가 있는 공급자와 수요자를 직접 연결해 중간 유통 마진을 없애고, 이를 통해 가격을 낮추겠다는 복안이다.
도매시장을 적극 활성화 하고, 정가 수의매매 제도도 확산시킨다. 저온저장고 등의 시설을 도매시장의 필수시설로 전환하는 한편 시장사용료를 없애 지방 도매시장을 더 활성화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문교육팀을 구성해 산지 유통조직과 도매시장 종사자 등에 대해 연중 찾아가는 교육도 실시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농산물의 수급안정을 위해 관측정보를 더 고도화하고, 관련정보의 사전 전달체계를 강화한다. 자조금 등 품목 단체를 활용해 정보를 적극 수집하는 동시에 관측정보를 분산한다는 설명이다. 또 전국 농협하나로클럽 등을 이용해 농산물 가격예보제를 시행하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농산물 수급 정보를 정기적으로 알려나가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올해 유통 및 수급ㆍ물가 안정 분야에 1조5819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농산물 직거래 지원에는 지난해 116억원에서 5억원 늘어난 121억원을 지원하고, 도매시장 시설현대화를 위해서는 전년 대비 292억원 증가한 757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위태석 농촌진흥청 기술협력국 박사는 "유통경로를 다양화 해서 생산자들이 여건에 맞는 경로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라면서 "직거래를 통해서 비용을 줄이는 것도 좋지만 소비자와 생산자가 얼굴을 보고 신뢰하는 관계가 된다는 것이 더 의미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세종=이윤재 기자 gal-ru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