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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승희'는 불운보다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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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승희'는 불운보다 강했다 ▲박승희.(출처: 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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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일어서서 달리려 했다. 그러나 스케이트 날이 얼음에 박히면서 다시 넘어졌다. 다시 일어서서 달렸다. 가장 마지막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박승희(22ㆍ화성시청)는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최광복(40) 코치가 등을 두드렸다. "울지 마라."

■역사를 쓰기 직전 닥친 불운 = 13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 박승희는 손에 쥔 듯했던 금메달을 놓쳤다. 가장 빨리 출발해 선두에 나섰으나 트랙을 반 바퀴 돌 즈음 충동을 당했다. 3위로 달리던 엘리스 크리스티(24ㆍ영국)가 2위 아리아나 폰타나(24ㆍ이탈리아)를 추월하다 뒤엉켜 넘어지면서 박승희도 쓰러뜨렸다. 박승희는 빠르게 미끄러져 경기장 벽에 부딪혔다. 무릎을 다치고도 경기를 포기하지 않은 박승희는 54초207을 기록했다. 맨뒤에서 달리던 리 지안루(28ㆍ중국)가 금메달을 땄다. 동영상 판독 결과 크리스티가 실격돼 박승희가 3위로 올라갔다. 박승희는 오른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흐느꼈다. 조해리(28ㆍ고양시청)가 따뜻하게 위로했다.


최광복(40) 대표 팀 코치는 박승희를 감싸안으며 "자력으로 동메달을 딴 건 네가 처음이야. 울지 마"라고 했다. 박승희는 1998년 나가노대회(전이경) 이후 16년 만에 올림픽 500m에서 메달을 딴 선수가 됐다. 당시 전이경은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5~8위전에서 1위를 했는데 결승에서 한 선수는 실격, 한 선수는 경기 도중 포기해 예상못한 동메달을 땄다. 어렵게 눈물을 씻어낸 박승희는 애써 미소지으며 "단거리에서 오랜만에 딴 메달이다. 좋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씩씩한 모습을 또 보기 어렵게 됐다. 넘어질 때 오른쪽 무릎을 다쳤다. 15일 열리는 1500m는 포기했다. 18일 시작되는 1000m와 3000m 계주 출전도 불투명하다. 박승희는 시상대에서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심석희 탈락과 불안한 남자 팀 = 여자 쇼트트랙 세계랭킹 1위 심석희(17ㆍ세화여고)와 김아랑(19ㆍ전주제일고)은 500m에서 준결승도 오르지 못했다. 심석희는 준준결승 4조에서 4위(43초572)를 했다. 김아랑은 3조에서 3위(43초673)에 그쳤다. 출발이 늦어 맨 뒤에서 달렸고, 앞으로 치고나가지 못했다. 김동성 KBS 해설위원은 "과감했지만 스타트 위치가 좋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남자 역시 불안하다. 이한빈(26ㆍ성남시청)과 신다운(21ㆍ서울시청)은 1000m에서 8강에 올랐다. 각각 1분26초502와 1분25초893을 기록했다. 경기력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신다운은 초반 선두에 나섰지만 한 바퀴 만에 2위로 밀렸다. 결승선을 넘기도 전에 몸을 일으키는 안이한 마무리로 악착같이 발을 내민 3위 다카미도 유조(26ㆍ일본)에게 역전당할 뻔했다. 사진 판독에서 불과 0.012초 차로 겨우 2등을 했다.


남자 대표 팀은 5000m 계주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준결승에 이한빈ㆍ신다운ㆍ박세영(21ㆍ단국대)ㆍ이호석(28ㆍ고양시청)이 나섰지만 6분48초206의 기록으로 3위가 돼 탈락했다. 네 바퀴를 남기고 선두에 나선 이호석이 에두아르도 알바레스(24ㆍ미국)이 추월하는 순간 왼손으로 빙판을 짚어 스케이트를 건드렸다. 알바레스는 이호석과 함께 넘어졌다. 동영상 판독 결과 한국이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결론났다. 신다운은 "우리의 잘못이 맞는 것 같다"고 시인했다. 그는"마지막에 사인만 맞았어도 2위를 따라잡을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이호석은 조용히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그는 부상과 신병 치료 때문에 올림픽 출전을 포기한 대표팀의 기둥 노진규(22ㆍ한체대)를 대신해 출전한 선수다.


■돌아온 월드 베스트 = 2006년 토리노대회 3관왕 빅토르 안(29ㆍ러시아)은 결코 경쟁자의 등을 보지 않았다. 그의 자존심과 투지는 링크를 불사르는 듯했다. 5000m 계주는 하이라이트였다. 빅토르 안은 러시아가 2위를 지키는 가운데 마지막 주자로 나섰다. 2위로 골인해도 결승에 갈 수 있었지만 '쇼트트랙 황제'의 뇌리에 2등은 없었다. 가는 강력한 스퍼트로 중국선수를 제치고 1위로 골인, 홈 팬들을 열광 속에 몰아넣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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