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8일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 첫 메달 도전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이승훈(26·대한항공)이 다시 출발한다. 총성이 울리는 순간 한국의 2014 소치동계올림픽 메달 레이스가 시작된다. 그는 이번 대회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와 1만m, 팀 추월 등 장거리 부문 세 종목에 출전한다. 지난 대회 우승자(1만m)로서 맞는 생애 두 번째 올림픽. 이승훈의 내면에서 달라진 점은 없다. 그는 4년 전과 마찬가지로 도전자다.
◇ 2연속 우승의 꿈 = 이승훈이 출전하는 첫 경기는 8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에 시작하는 남자 5000m다. 그는 2010 밴쿠버 올림픽에서 6분16초95를 기록해 은메달을 따냈다. 18일에는 1만m에서 2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폐막 이틀 전인 21일에는 김철민(22·한국체대), 주형준(23·한국체대)과 짝을 이뤄 팀 추월에 나간다. 목표는 동메달 이상이다. 그러니까 한국의 소치동계올림픽은 이승훈이 시작하고 끝낸다는 뜻이다.
한국은 4년 전 이승훈의 5000m 은메달로 메달 레이스에 시동을 걸었다. 결과는 동계올림픽 역대 최고 성적(5위)으로 이어졌다. 그렇기에 한국 선수단의 구성원 모두가 그의 출발을 지켜본다. 이승훈도 잘 알고 있다. 그는 "대표 팀 전체에 중요한 경기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면서 "5000m에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 최강 크라머르가 시야에 들어왔다 = 올 시즌 이승훈의 5000m 월드컵 랭킹은 3위(230점). 1, 2위 모두 네덜란드 선수인 스벤 크라머르(28·300점)와 요릿 베르흐스마(28·250점)다. 소치에서도 두 선수는 강적이고, 특히 장거리 세계기록(5000m 6분03초32·1만m 12분41초69) 보유자인 크라머르는 이승훈에게 벅찬 상대다. 밴쿠버에서도 5000m에서 우승했다. 1만m에서는 실격하는 바람에 메달을 놓쳤지만 기록(12분54초50)은 이승훈(12분58초55)보다 4초05나 빨랐다. 올 시즌 월드컵 1·2차 대회 5000m와 3차 대회 1만m를 모두 제패해 소치에서도 우승후보로 꼽힌다.
하지만 이승훈도 최근 오름세다. 지난해 11월 5000m에서 한국기록(6분07초04)을 세울 때 크라머르(6분04초46)의 기록보다 2초58 뒤졌는데, 이는 밴쿠버 올림픽에서 기록한 시간 차(2초35)와 비슷하다. 특히 지난 1일 전지훈련지 헤이렌베인에서 열린 네덜란드 오픈 남자 3000m에서는 3분45초00으로 크라머르(3분44초02)와 대등한 기록을 냈다.
◇ 지옥에서 돌아온 전 챔피언 = 이승훈은 밴쿠버에서 개선한 뒤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2011년 2월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알마티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3관왕(5000m·1만m·팀 추월)에 오를 때까지만 해도 승승장구였다. 그러나 이후 급전직하했다. 2011~2012시즌과 지난 시즌에는 5000m 국제대회에서 한 차례도 시상대에 서지 못했다. 계속된 부진으로 2012~2013시즌 첫 월드컵 5000m는 디비전B(2부 리그)에서 시작했다. 무릎을 다쳐 훈련량이 줄면서 체력이 떨어졌다. 화불단행. 발에 맞는 스케이트화도 찾기 어려워 고통은 더 심했다. 스케이트화를 네 번이나 교체하는 홍역을 치렀다. 네덜란드와 미국 등에서 공수한 새 장비들도 한결같이 몸에 맞지 않았다.
◇ 비장의 승부수, 쇼트트랙 = 이승훈은 쇼트트랙 선수 출신이다. 소치에서 정상으로 가기 위한 도움닫기도 쇼트트랙 코스에서 시작했다. 그는 지난달 22일부터 일주일 동안 프랑스 퐁 로뮤에서 쇼트트랙 대표 팀과 전지훈련을 함께 했다. 이 지역은 해발 1800m의 고지대로 심폐지구력 훈련을 하기 좋은 곳이다. 이승훈은 장거리 레이스에 필요한 체력을 보강하고 코너워크 기술을 가다듬었다. 이승훈은 밴쿠버 올림픽을 앞두고도 쇼트트랙 훈련으로 경기력을 향상시킨 경험이 있다. 지난해 4월부터는 하루 서너 시간씩 역도 훈련에도 매달렸다. 뒷심을 기르기 위해서다. 이런 노력으로 지난해 11월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1차 월드컵 5000m에서 한국 신기록을 작성했다. 2009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5차 월드컵에서 자신이 세운 기록(6분14초67)을 4년 만에 7초63 앞당겼다.
이승훈 프로필
▶생년월일 1988년 3월 6일 ▶출생지 서울 ▶체격 177㎝ 70㎏ ▶소속팀 대한항공
▶학력 서울리라초등학교 -서울신목중학교-서울신목고등학교-한국체육대학교
▶스피드스케이팅 경력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1만m 금메달ㆍ5000m 은메달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 5000m·1만m·매스스타트 1위
-2011년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 5000m 2위ㆍ1만m 4위
-2012년 세계올라운드선수권대회 종합 15위
-2012년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 팀추월 7위
-2013년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 5000m 8위·1만m 4위·팀추월 2위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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