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 국민대 교수
지난 한 달, 무척 바빠서 뉴스를 꼼꼼히 살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이 기간은 나중에 경영의 역사를 쓰는 사람들에게 꽤 많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할 만한, 매우 특별한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우선 작은 일입니다. LG전자 휴대전화 사업부 직원들은 올해 설 보너스로 자사가 생산한 태블릿인 G패드를 받았습니다. 별도의 현금 보너스는 없었습니다.
두 번째, 삼성전자가 미국 프로 미식 축구 슈퍼볼 중계방송 광고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미국 소비자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TV광고로 알려진 슈퍼볼 광고는 제작비까지 포함하면 보통 수백억원이 소요됩니다. 그래서 미국의 초대형 기업들만 참여하는데, 2012년과 2013년 휴대전화 광고를 내보냈던 삼성전자가 올해에는 광고를 중단했습니다.
세 번째, 중국의 레노버가 모토로라를 샀습니다. 레노버는 IBM의 PC사업부를 인수하면서 단박에 세계적인 PC업체로 성장한, 2013년 기준으로 세계 1위 PC업체입니다. 레노버가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이번에는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도 명함을 제대로 내밀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미 중국시장에서 레노버는 삼성에 이어 제2위 휴대전화 업체이기도 합니다. 레노버가 모토로라를 활용해 세계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양 위안칭 회장은 벌써 삼성과 애플을 넘어서는 것은 단지 시간 문제라고 기염을 토하고 있기도 합니다.
네 번째, 구글이 네스트랩이라는 회사를 인수했습니다. 손바닥만 한 가정용 자동 온도조절 장치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가격이 무려 3조4000억원이나 됩니다. 직원이 300명밖에 안 되는 회사이니 직원 1인당 110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본 셈입니다.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할 때 고평가 논란이 크게 일었는데, 네스트랩은 유튜브 인수 가격의 두 배나 됩니다. 그러니 구글이 드디어 미쳤다는 평가와 도대체 어떤 회사길래 그러느냐는 호기심 모두 그럴 만합니다.
한 달 사이의 이 네 가지 이야기는 얼핏 별로 관련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잘 엮어보면 어떤 그림이 보입니다. 모바일 시장의 진부화입니다. 2007년 아이폰이 탄생하면서 세상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어떤 기업도 이 변화의 흐름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기기도 미디어도, 그리고 삶의 방식도 말이지요. 이 흐름에 적응하지 못한 노키아나 블랙베리 같은 거인들이 쓰러지기도 했습니다. 기업뿐 아니라 몇몇 정부까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힘으로 무너졌습니다. 다행히 우리나라 단말기 업체들은 변화에 잘 적응했고 우리나라는 삼성전자의 성과에, 삼성전자는 휴대전화의 성과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PC가 그랬던 것처럼 스마트폰도 급격히 부가가치를 잃어갈 조짐이 보입니다. 레노버가 스마트폰의 저가화를 이끌게 되면 안드로이드 사용자 증가로 구글의 힘은 커지겠지만 삼성이나 LG는 점점 더 힘든 상황에 놓일 것입니다. 삼성전자가 큰 광고를 자제하는 것도, LG전자의 설 보너스가 넉넉하지 않았던 것도 이런 조짐을 반영한 것입니다.
그리고 구글은 이제 모바일 시장에서 거둔 성과를 바탕으로 무인자동차와 로봇, 그리고 만물인터넷(internet of everything)을 연결하는 큰 그림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손에 들고 다니는 기기뿐 아니라 우리 생활공간 전체가 늘 접속되어 있고, 로봇과 자동차를 포함한 그야말로 만물이 소통하는 세상 말입니다.
우리 기업들은 이런 변화를 어떻게 맞이할까요? 대기업들이 계속 잘 해낼 수 있을까요? 세상에 없는 것들을 만들어내는 혁신적인 창업가들이 우리나라에도 자라고 있는 것일까요? 뒤늦게 한 달의 뉴스를 되짚어보면서 드는 생각들입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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