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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굴 파고, 전선 자르고 불황에 간 커진 도둑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53초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극심한 경기 불황으로 산업체에서 희한한 도난 사건들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수천만원 하는 원재료나 원자재를 훔쳐 현금화 하려는 간 큰 도둑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후판공장 야적장에서 지난 3일 오후 9시께 협력업체 한 직원이 200㎏(시가 120만원)에 달하는 구리전선 토막을 트럭에 몰래 싣고 나오다가 보안요원에 붙잡혔다. 현대제철 측은 이 협력업체 직원을 충남 당진경찰서에 넘겨 현재 수사중이다.


현대제철 입장에서 보면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힌 셈이다. 현대제철 협력업체 직원으로 당진제철소 출입이 가능한 데다 제철소 직원들과도 안면이 있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 '간 큰 도둑'은 당진 일대에서 구리전선 탈취범으로 유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당국에서 따르면 이 직원은 구리전선을 1톤 화물차량에 싣고 나오는 방법으로 팔아 챙기는 등 총 11회에 걸쳐 1177만원 상당의 구리를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철강업계에서는 이와 비슷한 일들이 종종 벌어진다. 포스코의 포항제철소에서도 철강재 도난 미수 사건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신원 불명의 사람이 철강재를 갖고 나오려다 보안요원에 들킬 것을 우려해 현장에 그대로 두고 줄행랑을 쳤다는 것이다.


정유업계에서는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기름 도둑들이 속출하고 있다. 석유화학단지가 위치한 전남 여수에서는 송유관에서 기름을 훔치려고 80m에 달하는 땅굴을 판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여수경찰서는 지난 5일 절도 미수와 송유관 관리법 위반 혐의로 이모씨 등 3명을 입건, 조사하고 있다. 이씨 등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전북 순창군 풍산면의 한 축사 인근 도로 밑에 땅굴을 파 송유관의 기름을 훔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으로 기름을 훔치는 방법을 익혀 축사를 임대한 뒤 축사에서 송유관이 지나가는 도로 밑까지 가로ㆍ세로 1m, 길이 80m의 굴을 뚫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 등은 축사 임대비 2000만원, 도구 구입과 작업비 2000만원 등 4000만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12월에도 여수시 율촌면 폐가를 임대해 송유관 기름을 훔치려 한 일당 6명을 검거해 2명을 구속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고유가로 인해 이번에 잡힌 이씨 일당 처럼 송유관 기름을 노리는 도둑들이 종종 있다"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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