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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은 어떻게 복구됐는가 ?" 전 복구 책임자의 현장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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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지난해 10월 숭례문 단청 박락 등 부실 복구 논란은 기와, 나무로 확대되면서 현재 복구과정에 대한 전면적인 감사가 진행 중이다. 대통령까지 '문화재 비리'로 규정, 질타하고 나서자 감사원은 감사관 54명을 투입하고 경찰도 총력을 기울여 문화재 전반으로 수사를 넓혀가고 있다.


국민들의 분노와 의혹도 가시지 않은 상태다. 아직 ‘손으로 만든 기와는 흡수율이 높아 겨울이 지나면 모두 동파할 것’이라는 의견까지 논란이 여전하다.

숭례문 용마루만큼 무겁게 얹혀진 '부실' 딱지는 감사가 마무리된다고 해서 간단히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후 또 다른 문제 제기, 감사에 대한 검증까지 첩첩산중이다. 이런 와중에 최종덕 전 숭례문 복구단장(현 문화재청 문화재정책국장)이 '숭례문 세우기'라는 현장 보고서를 내놓았다. 자신이 감사 대상이며 조사를 받고 있는 탓에 주변의 만류도 거셌다. 출간 시점도 자칫 국민 감정을 다시금 자극할 수도 있어 여간 미묘하지 않다.


이와 관련, 최 전 단장은 "책은 준공식이 치러진 직후인 작년 6월에 원고를 완료했다. 최근 불거진 논란을 해명하려거나 나 자신을 변호하려는 뜻은 전혀 없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복구 전 과정을 지켜본 현장 책임자로서 숭례문 복구 현장 기록을 남겨야한다는 생각에서 내놓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책은 지난 2008년 2월10일 설 연휴 마지막 날 밤 숭례문이 불붙기 직전 예전부터 진행해왔던 논문을 마무리하고 맥주를 꺼내 마시며 TV를 켜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이에 '국보 1호의 화재'라는 전대미문의 사태 앞에 선 사람들의 긴박하고도 안타까운 날의 표정과 풍경이 생생히 되살아난다.


또한 복구 책임자로 부임한 그해 9월부터 단장직에서 해임됐던 2013년 3월까지 동분서주했던 날들을 재현하고 있다. 최 전 단장은 "문화재 복구 현장, 문화재 복구의 문제와 한계, 앞으로 문화재 보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 등을 위해 논란을 무릅쓰고라도 기록을 내놓는 것이 도리라고 판단했다"며 "앞으로 소홀히 여겼던 전통 기법과 전통 연장 그리고 전통 재료를 되살리는데 모두가 힘을 모으길 기대한다"고 소회를 내비쳤다. 이어 "참담한 심정으로 여러 논란을 지켜보고 있으며 얽히고 설킨 실타래를 풀어야 하는 또다른 숙제를 짊어진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는 숭례문 복구 원칙 및 복구 주체 결정, 국민들의 성원, 전통철물부터 기계가공의 현실, 대목장을 비롯한 석장, 단청장 등 복구 장인 결정과정을 다루고 있다. 2부에서는 변형된 현판 교정, 송사 현장에서 전통기법 도입, 전통기와의 현실과 한계는 물론 공사 중간에 벌어진 목공사 파업의 전말까지 숨가쁘게 진행된 복구 현장 이야기가 가감 없이 기록돼 있다. 3부에서는 상량식과 축성식 풍경부터 전통단청기법 도입 과정, 준공 후 관리주체 문제, 준공 일정에 관련한 이야기 등 숭례문 복원 현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숭례문 복구 과정을 천천히 따라가 보면 비단 숭례문 복구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가 알지 못 했던 우리 문화재 관리 현주소가 눈 앞에 펼쳐진다.


실례로 1970년대까지 명맥을 유지하던 전통기와는 1980년대 이후 자취를 감췄다. 전통기와의 물성과는 전혀 다른 품질 기준이 '한국공업규격', 즉 KS란 이름으로 기와에 적용된 때문이다. 공장에서 기계로 찍어낸 '현대기와'가 손으로 빚은 기와보다 품질이 우수하다고 인정받고 있다. 이에 최 전 단장은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전통 기법과 재료, 연장으로 문화재를 수리하게 된 것은 숭례문 복원의 성과라고 설명한다. 또한 오늘날 완전한 전통기법 복원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도 내비친다.


이 책은 복원 과정의 각종 일화 및 비화, 곡절, 논란까지 상세히 내보이고 있다. 기와를 만드는 제와장 선정과정의 경우 문화재청이 전통방식에 의한 수제기와 사용 원칙을 내놓자 공장식 기계기와 업체들이 조직적으로 반발한 일이며 기와업계 대표들이 문화재청을 항의방문한 일도 적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제와장 H씨의 경우 일본식 소성기법으로 기와를 만든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대목장 선정과 관련, 네 명의 응찰자 중 심사위원들이 신응수 대목장을 뽑은 이유도 밝혔다. 심사 결과 궁궐 건축 경험이 많은 신 대목장이 적합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공사 중 공사단가를 문제로 목수들을 철수케 한 사태에 얽힌 일화 등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숭례문 현판 복원과 관련해서도 곡절이 많았다. 복구단과 자문위원회에서 변형 이전으로의 복원을 확정한 것에 대해 이건무 문화재청장이 노발대발했다. 이 청장은 조선총독부 청사 철거를 예로 들어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였다.


최 국장은 "문화재 복원은 전통 기법 등 여러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며 "50년 후, 100년 후에 내려질 숭례문 복구에 대한 평가를 기대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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