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롯데면세점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제주시 면세점 이전이 연기됐다. 신라면세점에 빼앗긴 제주 면세시장 1위 자리 탈환도 요원해질 전망이다.
5일 관세청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제주 서귀포시 롯데호텔제주에 위치한 면세점을 제주시 연동에 짓고 있는 롯데시티호텔제주로 이관하는 작업을 추진했지만 결국 연기됐다. 관세청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데다 지역 상권도 반대하고 있어 내부방침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2012년부터 지점 이전을 추진했다. 당시 롯데는 서귀포시에 있는 면세점은 그대로 두고, 제주시 롯데시티호텔에 추가로 면세점을 개장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정부가 대기업의 면세점 영업 제한에 나서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이에 롯데는 면세점 이관으로 내부 방침을 정하고 물밑작업을 펼쳤지만 서귀포시와 제주시에서의 반대 여론이 거셌다. 게다가 서귀포시 면세점의 특허 기간이 내년 말까지 남아있어 관세청에서도 이관에 난색을 표한 상황이다.
롯데가 제주시 면세점 개장을 적극 추진한 것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시장점유율에서 밀리는 제주점의 '판세'를 뒤집기 위해서다.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신라면세점과 서귀포시 롯데면세점의 지난해 매출액은 4500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신라면세점이 70%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편차가 심하다. 이는 신라면세점이 공항ㆍ제주국제항(크루즈)과 가까운 제주시에 위치해 지리적 이점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신라는 제주시 연동 그랜드호텔 맞은편에 지상 1~2층 영업면적 3841㎡ 규모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제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크게 늘고 있다. 2011년 104만명, 2012년 168만명, 지난해 233만명이다, 이 중 중국인은 181만명으로 전체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7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인이 제주 관광시장의 '큰손'으로 등장하면서 제주시 면세점 수입도 수직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그동안 운영해온 제주 국제공항 면세점 사업 특허기간이 완료돼 공항면세점 사업 입찰도 진행되고 있다"면서 "시내 면세점 이관이 물거품 된 상황에서 공항면세점 운영권도 따내지 못하면 제주에서의 롯데 입지는 좁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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