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국내 증시가 기대 곳 하나 없는 사고무친(四顧無親)의 상황에 빠졌다. 내부적으로는 주도주, 수급, 모멘텀이 없는 '3무(無) 장세'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외부적으로는 미국의 추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미국과 중국의 경제지표 부진 등 불안요인이 커지고 있다.
당분간은 불안한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월 중순쯤에나 단기 방향성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다.
◆김정환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월 효과는 없었다. 예상했던 혹은 예상치 못했던 악재들이 집중되면서 투자심리는 위축됐고 증시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엔화 약세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기업실적 부진, 외국인들의 순매도 지속, 중국의 경제지표 악화, 미국의 추가 테이퍼링, 아르헨티나의 경제 위기 등이 시차를 두고 악재로 작용했다.
2월 증시는 1월 증시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에 여전히 불투명해 보인다. 월 중반 이후 단기 방향성이 나타날 것으로 판단된다. 방향성이 나타날 때까지 인내의 시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월 증시를 불안하게 보는 첫 번째 이유는 수급상의 불균형이다. 지난달까지 외국인들은 3개월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고 국내 기관 역시 3개월만에 순매도로 전환했다. 대형주를 기준으로 매력적인 가격대에 접근했음에도 단기적으로는 관망심리가 우세한 상황이다.
두 번째는 주도주의 부재 혹은 부진으로 요약할 수 있다. 자동차와 IT 주식의 부진으로 인한 대안 찾기에 실패함으로써 시장은 방향성마저 상실한 상황이다. 글로벌 증시에서 삼성전자와 함께 IT 주식을 이끌었던 애플 역시 최근 급격한 조정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주도주의 부진 내지 부재 현상이 지속되는 한 코스피의 조정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정시 1차 지지선은 심리적 지지선인 1900선 내외이다. 단기적으로는 1880~1975포인트에서의 움직임이 예상된다.
◆조성준 NH농협증권 애널리스트= 당분간 코스피는 외국인들의 매물 출회 지속이 불가피 하지만 연기금과 투신권의 저가매수 유입이 기대된다.
현재 코스피는 장기적으로 펀더멘털상 충분히 저평가 국면에 진입해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시장 전반의 위험회피 선호 확산에 따른 매물 출회 부담이 더 커 추가 하락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 우선 코스피가 1900포인트 지지를 시험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일시적으로 1900선을 하회할 가능성이 높아 주 중반까지는 보수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다만 원·엔 환율이 재차 100엔선에 진입하며 국내 수출주들의 부담이 완화되고 있으며 최근 미국 경제지표는 지난해 진행된 혹한과 폭설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코스피가 1900포인트 이하로 떨어질 경우 저가 분할매수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설 연휴를 앞두고 잠깐 반등세를 보였던 국내 증시가 대규모 외국인 매도 공세로 인해 하락 반전했다. 다음과 같은 여건들을 고려할 때 당분간은 글로벌 증시가 조정 분위기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 상황이다.
첫째,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양적완화 축소→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신흥국 증시에서의 글로벌 투자자금 이탈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23일 이후로 국내 증시에서 일평균 2500억원을 순매도하고 있으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전후로 해서는 아시아 신흥국 증시로 그 범위가 확산되고 있다.
둘째,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 경기둔화 우려를 자극하는 경제지표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의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5로 2개월 연속 하락하며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서비스업 PMI지수(53.4) 역시 2개월 연속 하락하는 등 중국의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동시에 위축되고 있다.
셋째, 시기적으로 미국 채무한도 증액 문제가 재차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신흥국들의 움직임이 이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완화시켜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주 인도와 터키가 전격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는 등 FOMC회의를 전후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신흥국들의 대책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신흥국들의 발빠른 움직임이 추가적인 투자심리 위축을 방어해주는 한편, 주식시장 측면에서는 지수 하방경직성에 힘을 실어주는 일종의 완충역할을 해줄 전망이다.
다만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주식시장이 당장 탄력적인 상승을 보이기도 쉽지 않다는 측면에서 시장 전반보다는 종목별 대응에 초점을 맞추는 투자 자세를 좀 더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그 대상으로는 최근 원·엔 환율이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로 상승하면서 시장 센티멘트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개선될 수 있는 자동차 및 부품주를 꼽을 수 있다. 추급측면에서 이들 업종에 대한 국내 기관의 매수 우위가 두드러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과를 기대해볼 만하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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