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미국 컴퓨터 서비스 업체 IBM의 버지니아 로메티 최고경영자(CEO·57·사진)가 지난 연말 보너스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IBM의 실적 부진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다.
IBM의 지난해 4·4분기 매출은 277억달러(약 29조8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5% 하락했다. 이로써 IBM의 매출은 7분기 연속 감소했다. 실적 부진 소식 이후 IBM의 주가는 급락하고 IBM의 미래가 어둡다는 전망이 쏟아져 나왔다.
미 경제 격주간지 포천은 로메티의 보너스 반납과 관련해 "정보통신(IT) 분야의 CEO가 이런 결정을 내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면서 "IBM이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IBM의 실적을 부진하게 만든 주요인은 하드웨어에 대한 수요 급감이다. 지난해 4분기 IBM의 하드웨어 부문 매출은 26%나 급감했다. 9분기 연속 감소한 것이다.
IBM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하드웨어 대신 클라우드·빅데이터·소프트웨어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로메티는 이른 시일 안에 부진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는 "올해야말로 혁신의 해가 될 것"이라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적이고 공격적으로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IBM이 최근 X86 서버 사업부를 중국의 개인용 컴퓨터(PC) 제조업체 레노버로 넘긴 것도 혁신에 대한 로메티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IBM은 X86 서버 사업부를 23억달러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X86 서버 사업부의 지난해 매출은 50억달러다. 이로써 IBM은 부가가치가 높은 빅데이터나 클라우드 같은 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로메티가 적극 추진 중인 또 다른 혁신 사업으로 슈퍼컴퓨터 '왓슨'이 있다. 왓슨은 2011년 미국의 퀴즈쇼 '제퍼디'에서 인간을 물리치고 우승한 인공지능 로봇이다.
왓슨은 현재 암 치료나 금융상품 설계 같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분야에서 왓슨이 활용될 예정이다. 로메티는 최근 10억달러를 들여 'IBM 왓슨 그룹'도 신설했다. 신설 그룹에 투입되는 전문 인력만 2000명이 넘는다.
IBM이 왓슨을 상용화한 것은 3년 전이다. 그 동안 왓슨이 창출한 매출은 1억달러가 채 안 된다. 그러나 로메티는 오는 2018년 왓슨에서 비롯되는 매출이 1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확신한다. 그는 "왓슨의 긴 여정이 이제 시작됐을 뿐"이라며 "왓슨 사업부 출범은 인공지능 컴퓨터 시대의 개막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로메티는 2012년 IBM 100년 역사상 처음 여성으로서 CEO 자리에 올랐다. 그는 30년 넘게 IBM에 몸담은 가운데 IBM을 제조업체가 아닌 서비스업체로 탈바꿈시킨 주인공이다.
그는 1981년 시스템 엔지니어로 IBM에 발을 들여놓은 뒤 2009년 마케팅·전략 담당 부사장까지 올랐다. 지금은 CEO·사장·회장직을 모두 맡고 있다.
로메티는 포천이 선정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기업인' 명단에 2005년부터 8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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