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정현호 기자]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멕시코전에 이어 미국전에서도 답답한 경기력을 드러냈다. 중원 사령탑의 부재가 뼈아팠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카슨의 스텁허브센터에서 치러진 미국 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전반 4분과 후반 15분 크리스 원더롭스키에게 두 골을 허용해 0-2로 패했다. 이전 멕시코전까지 종합하면 2경기 0득점에 6실점이라는 부끄러운 성적표다.
중원에서 경기를 진두지휘할 선수가 없었다. 종전 대표팀에선 기성용(선덜랜드)이 볼 배급과 템포 조절을 맡았다. 기성용이 없을 때는 하대성(서울)과 한국영(가시와)이 나섰지만 만족스럽진 않았다. 홍 감독이 이번 전지훈련에서 미드필드 발굴을 핵심 과제로 내세운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대체 자원으로 선발된 박종우(부산)와 이호(상주), 이명주(포항)가 모두 기대 이하였다. 세 선수는 나름의 장점이 있다. 박종우는 넓은 시야와 정확한 킥이, 이호와 이명주는 각각 풍부한 경험과 활동량에 강점이 있다. 홍 감독은 선수들의 면면을 고려해 경기에 투입했으나 결과는 실패였다.
미드필드의 핵심 역량인 볼 컨트롤과 배급이 낙제점이었다. 공격적인 역할을 맡은 박종우는 특유의 킥과 패스가 나오지 않았다. 멕시코와 미국전에서 방향을 전환하거나 앞으로 향하는 패스는 번번이 차단됐다. 오히려 트래핑 실수를 연발하며 볼 트레핑에 문제점만 드러냈다.
이호와 이명주는 활동량에 비해 소득이 없었다. 박종우와 마찬가지로 볼 터치가 깔끔하지 못해 상대에게 자주 공을 넘겨줬다. 성급하게 볼을 뺏으려다보니 파울이 이어졌다. 평가전임에도 두 선수의 슬라이딩 태클 비율이 높았던 것은 불안한 퍼스트 터치 때문이다.
상대 팀 미드필드와 비교해 보면 문제점이 더욱 드러난다. 멕시코 미드필드진은 공격 전개가 돋보였다. 해트트릭을 기록한 오리베 페랄타 등에게 끊임없이 패스를 공급했다. 좌우 측면을 균형 있게 사용하는 패스 공급도 인상적이었다. 경기가 막힐 경우 공중 볼에만 의존하는 한국 대표팀이 참고할 부분이다.
미국 미드필드진은 공수 조율이 뛰어났다. 그레엄 주시가 볼 배급을 담당하는 동안 마켈 디스커루드는 템포를 조절했다. 중원에서 좌우로 벌려주는 패스의 정확도가 높았다. 디스커루드가 후방에서 잘 버텨준 덕분에 브래드 데이비스, 카일 베커먼 등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할 수 있었다.
홍명보 감독은 4-2-3-1 전술을 주로 사용한다. 두 명의 미드필드가 함께 중원에서 뛴다. 기성용 선수가 최근처럼 좋은 모습을 보여도 파트너가 받쳐주지 못하면 경기력을 100% 발휘할 수 없다. 남은 기간 동안 다양한 시도와 맞춤형 전술로 기성용의 파트너를 찾는 일이 홍명보호의 최우선 과제다.
스포츠투데이 정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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