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브랜드 이미지 확보…LG 큰 타격 예상, 삼성 중국 사업도 '경고등'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구글이 모토로라를 중국 레노버에 인수가의 4분의1 가격에 매각했다. 내수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며 영향력을 높이던 레노버는 이번 모토로라 인수로 선진 휴대폰 기술력을 흡수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함으로써 삼성전자 등 국내 제조사에도 상당한 위협이 될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 애플에 이어 3위 자리를 다투는 LG전자에는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모토로라를 레노버에 29억1000만달러(약 3조1195억원)에 매각했다. 지난 2011년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가액 125억달러(약 13조4000억원)의 4분의1에 해당하는 가격이다.
구글은 모토로라 매각 후에도 모토로라 특허 포트폴리오의 대부분을 보유하게 된다. 레노버는 모토로라 브랜드와 상표, 2000개의 특허 자산을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데니스 우드사이드 모토로라 최고경영자(CEO)는 "레노버의 일부가 되면서 모토로라는 모바일 인구 1억명에게 다가가겠다는 목표를 성취할 수 있는 빠른 방법을 확보하게 됐다"며 "모토로라는 최근 모토 X, 모토 G 출시로 엄청난 순간을 보내고 있고 레노버의 하드웨어 기술력과 글로벌 망은 이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노버가 한 때 글로벌 휴대폰 시장을 호령하던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향후 스마트폰 시장에 미칠 파장에 이목이 쏠린다. 특히 레노버는 2005년 IBM의 PC 사업 부문을 인수해 순식간에 글로벌 1위 PC 기업으로 급부상한 인수합병(M&A)의 귀재라 이번 모토로라 인수에 더욱 촉각이 쏠리고 있다. 레노버는 IBM 인수 7년 후인 2012년 3분기 글로벌 PC 시장에서 15.7%의 점유율로 HP(15.5%)를 제치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 모토로라 인수로 레노버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국내 제조사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레노버는 모토로라의 선진 휴대폰 기술력을 흡수하고 무엇보다도 모토로라 브랜드를 통해 저가 이미지를 극복하는 효과가 기대되는 만큼 삼성전자,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LG전자는 4760만대를 판매해 점유율 4.8%로 4위를 차지했다. 레노버는 4550만대를 판매해 점유율 4.6%로 5위를 기록해 LG전자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양사의 점유율이 근소한 차이를 보이는 가운데 레노버의 이번 모토로라 인수는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SA는 레노버와 모토로라의 점유율을 합하면 6%대가 될 것으로 추산한다. 레노버가 모토로라를 앞세워 북미 시장 공략을 강화하면 LG전자의 미국 스마트폰 사업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중국에서는 삼성전자에도 위협이 될 전망이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레노버는 삼성전자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SA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1720만대를 판매해 점유율 21.6%로 1위를 기록했다. 레노버는 판매량 1080만대, 점유율 13.6%로 2위를 기록하며 삼성전자를 지속적으로 추격하고 있다. 2012년 4분기에는 삼성전자 16.3%, 레노버 15.6%로 점유율 격차가 좁혀지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구글의 특허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구글은 모토로라의 방대한 특허 대부분과 모토로라의 연구개발(R&D) 부문은 매각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레노버가 IBM 인수로 글로벌 PC 1위로 치고 올라 온 만큼 이번 모토로라 인수도 스마트폰 시장의 판을 흔들 기폭제가 될 수 있다"며 "특히 중국의 거대한 내수 시장에 이어 모토로라 브랜드 파워 확보로 저가 이미지를 씻어낼 수 있게 된 만큼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대한 추격도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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