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설 명절은 그동안 자주 찾아뵙지 못했던 부모님의 건강 상태를 살펴보기 좋은 기회다. 혹여 자식에게 누가 될까 아파도 아프다고 말 못하는 게 부모님 마음이다. 특히 '치료 안 되는 병'이라는 인식이 깔린 치매의 경우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에서 치매 유병률은 약 9.4%. 전국적으로 58만여명의 치매 노인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치매 유병률은 나이가 들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치매는 70가지 이상의 다양한 병이 원인이 돼 발생하는 상태로, 원인 질환에 따라 치료방법이나 예후가 크게 달라진다. 완치가 어려운 경우도 있지만, 치매도 일정 부분 치료가 가능하다.
이동영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치매의 10% 정도는 완치 가능하고 약 7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진행을 억제하거나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며 "가족들이 힘들어하는 난폭행동, 수면장애, 의심, 환각, 우울 등의 정신행동 증상은 치료에 잘 반응한다"고 말했다.
만약 주변 사람들이 느끼기에 예전에 비해 기억력이 확실히 떨어졌다면 주의해서 본다. 최근에 나눴던 대화 내용이나 했던 일을 까맣게 잊어버리는 일이 반복되면 병원을 찾는다. 기억 저하는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이다. 옛날 일을 시시콜콜 잘 기억한다고 해도 요즘 있었던 일을 자꾸만 잊는다면 문제가 된다. 치매 초기에는 먼 과거에 대한 기억이 잘 보존되기 때문.
또 치매 초기에는 말하려고 하는데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아 "왜 그거 있잖아, 그거…"식의 표현이 늘고 말을 주저하거나 말수가 줄어든다. 시간과 장소를 혼동하거나 익숙하게 처리해오던 일이 서툴러지는 현상도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런 일이 자꾸 반복되거나 점점 더 심해진다면 진찰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노년기에 들어 우울해지거나 이유 없이 의심이 늘고 평소 성격과 사뭇 다른 모습을 계속 보이는 것 또한 치매 초기 증상일 수 있다.
이동영 교수는 "치매 역시 초기에 발견해야 치료 효과가 높은 만큼 조기발견이 중요하다"며 "거리나 비용 때문에 병원 찾기가 주저된다면 가까운 지역 치매지원센터(서울)나 전국 보건소에서 시행하고 있는 무료 치매검진을 받아보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치매도 건강한 생활을 한다면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는 습관은 뇌의 노화와 기억력 감퇴를 막아줘 치매 예방에 도움을 준다. 우선 칼로리 섭취량을 줄이고 체중을 줄인다. 식사는 저지방식으로 하고 비타민E·C, 엽산, 종합비타민을 복용한다. 매일 과일과 채소, 차 등 항산화식품을 먹고 하루에 물 6잔 이상을 마시는 것도 좋다. 아울러 등푸른 생선, 과일, 녹색 채소, 견과류, 올리브유 등 오메가-3 지방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섭취하도록 한다.
다음은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10대 수칙이다.
▲고혈압을 치료한다
▲당뇨병을 조절한다
▲콜레스테롤을 점검한다
▲비만을 조절한다
▲심장병을 초기에 발견하고 치료한다
▲우울증을 치료한다
▲적절한 운동을 꾸준히 한다
▲절대로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과음은 절대 금물이다
▲적당한 일이나 취미활동을 계속 한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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