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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경영자여! 아버지의 눈으로 직원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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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경영자여! 아버지의 눈으로 직원을 보라 정진호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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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40대 남자의 이력서를 볼 기회가 있었다. 다니던 직장이 경영악화로 문을 닫아 갑자기 실직자가 됐다. 가족을 부양하는 가장이라 여기저기 알아보고는 있지만 직장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의 이력은 이랬다. 외환위기의 폭풍이 불던 1998년 대학을 졸업했다. 17년 직장경력으로 10개 회사 이름이 적혀 있었다. 거의 이름을 들어 보지 못한 중소기업들이다. 재직기간은 대부분 1~2년이고 가장 오래 다닌 회사도 3년이 채 안 됐다.


이런 이력서를 보면 누구나 비슷한 생각을 한다. "어디에 정착을 못하는 사람이구먼" "직장을 구해도 수틀리면 또 나가겠지" "문제가 있는 사람이네" 필자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알고 보니 내 생각이 틀렸다.

그는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중견 의류회사에 입사했다. 그런데 회사는 이듬해 부도를 맞았다. 불경기에 갑작스러운 실직의 충격은 있었지만, 다행히 곧 조금 작은 회사에 경력직으로 입사했다. 그러나 이 회사도 이듬해 경영악화로 문을 닫았다. 회사가 문을 닫은 걸 이 남자의 책임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니던 직장이 모두 망한 터라 그 다음부터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 결과 직장 생활 17년 동안 다닌 직장이 10곳이고 그중 8곳이 문을 닫은 어처구니없는 이력을 갖게 된 것이다. 17년차 그의 연봉은 대기업 신입사원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이것이 경영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어학연수도 다녀오고, 미국, 중국, 인도 등 유망한 글로벌 시장에서 2년여 주재원을 할 정도의 실력를 가진 사람의 현주소다. 단언컨대, 10곳 직장 중 8곳이 문을 닫은 것은 이 사람의 탓이 아니다.

그의 과거와 현재를 보면서 기업을 잘 경영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느낀다. "기업경영이 뜻대로 되나? 사업을 하다 보면 망할 수도 있는 거다"라는 말이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반감도 생긴다. 기업이 망하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경영자가 맞다. 경영자는 하루아침에 집도 잃고 길거리에 나앉을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직원들은 다른 직장 구하면 되지 않느냐"는 말은 무책임하다.


경영자는 경영을 못해서 그 결과에 책임을 진다지만, 월급받고 하루하루 성실하게 일한 사람은 무엇인가? "다른 직장 구하면 그만이지"라는 얘기는 경영악화로 직장을 잃은 직원들이 맞닥뜨리는 현실을 몰라서 하는 소리다. 경영은 단순히 돈을 벌고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직장은 직원과 그의 가족의 꿈과 행복과 직결된다.


돈이 있다고, 좋은 사업 아이템이 있다고 쉽게 창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기업 경영은 경영자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몸담은 직원들과 그 가족의 운명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경영자가 장사꾼이 아니라, 기업가 정신을 가진 경영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경영자와 직원은 공동운명체로서 서로의 현재의 삶과 미래의 삶까지도 함께 나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요즘 기업들이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들자고 하고 사명, 비전, 핵심가치를 정립하여 가치관경영을 하는 것은 성과를 향상시켜 기업의 성장과 생존을 도모하자는 거다. 조직의 구성원 모두가 서로의 현재와 미래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공동운명체로 기업을 보는 것이다.


공동운명체의 경영자는 직원들을 볼 때, 아버지와 같은 마음으로 바라봐야 한다. 어머니처럼 다정다감하고 일일이 챙겨주지는 않아도, 아버지처럼 먼 미래를 내다보고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직원들을 이끄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직원들도 존경심을 가지고 경영자를 바라볼 것이다.




정진호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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