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란성 쌍둥이라도 이렇게 똑같은 삶을 사는 경우는 아마 드물 겁니다. 같은 고등학교를 함께 졸업했고, 들어가기 어려운 대학(하버드)의 경제학과를 동급생으로 함께 다녔습니다. 창업도 함께 했습니다. 운동도 한 팀으로 계속 같이해서 함께 미국 국가대표 조정선수로 발탁되기도 했습니다. 대학원도 물론 함께 갔습니다. 영화 '소셜네트워크'로 유명해진 윙클보스 형제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들이 페이스북의 창업에 역할을 했던 것은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나중에 미국 법원은 주커버그가 윙클보스 형제의 선견지명을 기반으로 사업을 시작했다는 점을 인정했고, 주커버그는 그들에게 배상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가치로는 약 700억원, 지금 가치로는 약 2000억원이 넘는 거금입니다. 워낙 배상금이 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은 윙클보스 형제가 별로 한 일도 없이 돈벼락을 맞은 운 좋은 친구들이라고 여겼습니다.
이들 형제에게는 이런 시각이 견디기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자신들의 능력을 보여주겠다며 절치부심합니다. 함께 영국으로 건너가 옥스포드 대학에서 MBA 학위를 취득했고, 벤처캐피탈을 설립해 초기 기업에 투자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벼락부자 이야기치고는 꽤 건전한 마무리처럼 보였습니다. 별로 더 관심을 갖는 이들은 없었지만요.
하지만 요 몇 달, 그들은 화제의 중심인물입니다. 전세계 비트코인의 1% 이상을 가지고 있다는 점 때문이지요. 불과 1년 만에 수십배 이상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니, 꽤 괜찮은 투자를 한 셈입니다. 한 술 더 떠서 그들은 지난 7월, 비트코인을 대상으로 하는 세계 최초의 상장지수펀드(ETF)를 발행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제 그들의 존재감이 결코 주커버그에 뒤지지 않습니다. 화려한 컴백무대네요.
윙클보스 형제의 선견지명은 이번에도 옳을까요? 비트코인의 구조를 잘 들여다보면, 적지 않은 한계와 위험요인이 보입니다. 써보신 분은 알겠지만, 처리(지불)에 걸리는 시간이 좀 들쭉날쭉합니다. 결제하는 데 때로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중요한 한계입니다. 무엇보다 다른 화폐에 비해 거래량이 적고 통화조절의 주체가 없어서 폭락과 폭등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사용자에게는 큰 위협입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무서운 잠재력을 무시해버릴 수는 없습니다. 비트코인은 자금추적이 어렵습니다. 비트코인의 탄생과 마약거래 사이트 간에 어떤 관계가 있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이런 익명성은 정치자금ㆍ무기거래ㆍ마약거래에 대한 각종 규제를 무력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작게는 사회적으로, 크게는 국제정치적으로 파급효과가 적지 않을 겁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외환시장에 주는 영향입니다. 비트코인은 순식간에 외환거래의 장벽들을 무너뜨리기 때문입니다. 수수료도 없고, (전 세계에서 사용할 수 있다면) 환차손 걱정도 없는 화폐. 게다가 특정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의해 가치가 변동된다는 정치경제학적 요인으로부터도 자유로운 화폐가 등장한 것입니다. 애플이나 아마존이 비트코인의 최대수혜자라는 이야기가 그래서 나옵니다. 이런 가능성이 확인되었으니, 비트코인이 실패하더라도 곧 다른 유사한 시도가 계속될 것입니다. 결국 경제학과 경영학 교과서들이 제법 바뀌게 될 것도 같습니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윙클보스 형제는 비트코인의 가격이 100배 이상 더 오를 거라고 단언했습니다. 시장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그들을 운 좋은 벼락부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찾기 어렵습니다. 그들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모르지만, 이 똑같이 생긴 사내들은 오늘도 미래를 고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니 말입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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