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된 중견기업 경영자의 고민을 들었다. 20여명 직원으로 컴퓨터, 정보기술(IT) 유통회사를 설립한 뒤 정보화 시대의 흐름을 잘 탄 덕분에 매출 4000억원대까지 승승장구했다. 그런데 최근 스마트폰 등 IT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이 쉽지 않다. 하지만 정작 가장 큰 고민은 직원들이다. 총각으로 들어온 직원들이 이제는 중고등학생을 둔 부모가 됐다. 20여년을 함께 한 이들과 앞으로 어떻게 삶을 나누고 삶을 책임져야 할지 고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중견기업의 성공 지표라는 창립 30주년에 1조 기업이 되자는 비전을 만들었다. 직원들이 행복한 회사, 고객에게 사랑받는 기업, 세계시장에서 활약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꿈이다.
또 다른 20년 된 자동차부품 회사 경영자의 고민을 들었다. 자동차산업의 호황 덕분에 외형은 30배 이상 성장했다. 이 경영자의 고민도 직원들이다. "20년 전 별 볼 일 없는 친구들을 뽑아 일하게 해주고, 결혼도 하게 해주고, 집도 사게 해주었는데 나이 먹고 직급도 올라갔다고 나태해졌다"는 거다. "몇 명 구조조정을 해서 정신 바짝 차리게 해 주겠다"고도 얘기한다.
거의 같은 상황과 조건에서 두 경영자는 정반대의 생각을 한다. 해결책도 한 사람은 비전을 만드는 것으로, 다른 사람은 구조조정으로 정반대의 길을 간다. 필자는 결과도 반대가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경영자의 생각이 기업 성패를 좌우하는 경영의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한국전쟁 등 최악의 상황을 딛고 불과 60여년 만에 경제 선진화를 이룬 가운데 가장 존경받는 경영자를 꼽으라면 1926년 유한양행을 설립한 고(故) 유일한 박사다. 유 박사는 사업을 통해 조국에 기여하겠다는 신념으로 기업을 경영했다. 그는 기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은 기업활동을 통한 하나의 공동 운명체라며 1936년 최초로 종업원지주제를 시행했다. 1971년 생을 마감하면서 손녀딸 학자금으로 1만달러를 빼고 전 재산 36억원을 사회에 환원했다. 그는 '경영자는 기업을 키워 일자리를 만들고 정직하게 납세하며 남은 것은 기업을 키워 준 사회에 환원한다'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었고, 그것을 실천하였기에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오래도록 기억된다.
요즘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청년창업 지원이 활발하다. 지난 6월부터 1년간 16개 시중은행에서 기술형 창업기업에 10조원이 넘는 대출이 진행되고 있다. 대출뿐 아니라 기업 차원에서, 사회적 기여활동 차원에서 유망한 청년창업가에 대한 창업투자도 활발하다. 우리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런 창업 지원은 필수다.
그렇지만 아쉬운 점은 그 다음이다. 단순한 자금 지원 이외의 교육이나 훈련은 기업경영 이론과 실무를 가르치는 것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10년 생존비율이 불과 13%다. 불확실성과 무수한 암초를 만날 때 기술과 이론만으로 이겨나가기는 힘들다. 10년 기업으로 생존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100년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올바른 기업가정신과 경영철학이다.
다행히 최근 단순한 경영이론만이 아닌 '올바른 기업가정신'을 강조히는 과정들이 조금씩 눈에 보인다. IBK기업은행은 'IBK 청년창업교육'을 통해 창업자금을 지원받은 청년창업가을 대상으로 '올바른 기업가정신' 함양을 위한 창업캠프를 진행한다. 포스코의 '포스코 벤처파트너스 창업지원 프로그램'도 최근 들어 가치관 경영에 대한 내용을 강화했다. 이제 창업기업가 배출을 위한 지원 분위기는 어느 정도 조성됐다. 앞으로는 우리의 미래를 이끌 제대로 된 가치관의 창업기업가 '육성'에 보다 신경써야 할 것이다.
정진호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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