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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빅브러더 시대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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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빅브러더 시대의 삶 김도현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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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누군가를 만나 명함을 받고 나면, 그 사람에 관해 검색해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이라도 4~5분만 검색하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동창회명부나 상품주문 내역이 검색돼 성장배경과 생활습관까지 알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요즘엔 연인들끼리 과거를 숨기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차피 숨길 수 없기 때문이랍니다. 심지어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흔적조차 검색할 수 있으니 이제 사람은 죽어서 댓글을 남긴다고 해야 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의 삶을 쉽게 알게 된다는 것은 재미있는 면도 있습니다만 우리 삶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저는 그래서 고속도로에서 하이패스를 쓰지 않습니다. 제가 언제 어디에 있었는지가 정확히 기록될 테고 누군가 그걸 들여다볼 수도 있다는 느낌이 좀 꺼림칙하기 때문입니다. 가끔 들려오는 국가기관의 불법 민간인 사찰 뉴스에 괜스레 자극받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하이패스를 멀리하는 따위는 사실 어리석은 것입니다.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으니까요. 우리는 하루 평균 80~90번이나 CCTV에 찍히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정부는 다양한 방식으로 공공부문에 축적된 개인의 활동정보를 민간기업이 활용하도록 하면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가 늘어나 '창조경제'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최근 정보개방을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정보 3.0'입니다. 이를 반기는 기업들이 많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습니다. 실수로라도 개인 진료기록과 같은 중요한 개인정보가 유출된다면 그 결과는 끔찍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미국 MIT에서 발행하는 '테크놀로지 리뷰'는 35세 이하의 대표적 혁신가로 캐롤라인 버키라는 하버드 보건대학원 교수를 선정했습니다. 버키 교수는 2006년 말라리아 모기의 유전적 특성을 연구하기 위해 아프리카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데이터마이닝 전문가인 그녀의 남편 네이선 이글 박사는 우연히 휴대전화 통신기록과 전염병의 확산이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부부는 콜레라와 말라리아 등의 확산과 휴대전화 통화기록과의 관계를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는 2012년 사이언스지에 실렸는데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케냐의 케리초 지역 기지국을 이용해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여기저기 이동하는 경향이 매우 높았습니다. 특히 말라리아 모기의 서식지인 빅토리아 호수를 거쳐서 이동하는 경향이 평균보다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케냐 국민 1500만명의 휴대전화 통화 특성을 분석한 결과입니다. 부부는 케리초 지역 사람들이 말라리아 전염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본격적인 역학조사를 실시합니다. 그 결과 이곳 차 농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말라리아의 전파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휴대전화 기록이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데 쓰인 것은 이들의 연구가 처음은 아닙니다. 2010년 아이티 지진이 발생하였을 때 스웨덴의 카롤린스카연구소는 휴대전화 기록으로 사람들의 대피경로를 파악해서 긴급 지원물품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도록 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빅브러더가 탄생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은 디지털 기록에 의해 철저하게 노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문제는 우리가 우리 삶을 돕는 착한 '형'을 선택할 것이냐, 아니면 우리를 감시하는 우락부락한 '형님'을 모시는 선택을 할 것이냐 하는 것입니다. 개인정보 빅데이터를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 것인지 사회적으로 합의하고 감시하는 작업이 시급하고도 절실한 시점입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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