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한국서점조합연합회(이하 '한국서련)는 동네서점 살리기 및 출판유통산업의 회복을 위한 '착한 가격 운동'을 실시한다. 그 방안으로 ‘진정한 책값 찾기 캠페인’을 비롯, 참고서 원가 공개 및 동네서점용 '기획특가세트' 제작 공급 요구 등을 펼칠 예정이다.
박대춘 한국서련 회장은 27일 “새해 벽두부터 대형마트·출판사의 무자비한 할인 경쟁으로 중소서점 경영난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며 "책값 거품 빼기, 제값 팔기 등 도서정가제 정착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국서련은 최근 일부 대형마트와 출판사가 초등학생 참고서 기획물 할인세트 공급(세권짜리 한 묶음, 60% 가량 할인된 9900원 판매)과 관련,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도서정가제' 개정을 다시 한번 촉구하고 나섰다. 현재 출판산업진흥법 상 참고서는 도서정가제 규제 대상이나 초등학생 참고서의 경우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서점업계는 대형마트를 통한 판매 행위를 시장교란 행위, 제살깍기 할인경쟁으로 규정하고 공정한 시장 조성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서점업계는 지난해 말부터 출판·유통·소비자·서점·작가단체와 함께 ‘책 읽는 사회 조성과 출판 유통질서 확립 세부지침’을 정해 사재기 등을 막는 등 자구활동을 펼쳐 왔다.
지난해 초 최재천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도서정가제는 신간과 구간(출간된 지 18개월이 지난 도서), 분야를 가리지 않고 모두 10% 할인 허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10% 마일리지 적용론(총 19% 할인)을 요구하는 인터넷서점 등과 대립이 심화돼 오는 2월 임시국회 통과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서점업계에 따르면 동네서점은 지난 1995년 5449개에서 2011년 1723개로 3726개(68.4%)나 줄어들 정도로 무너졌다. 90년대 후반까지는 감소세가 미미했으나 2000년 이후 급격히 추락했다. 1999년 4595개, 2000년 3459개(전년대비 24.9%), 2001년 2646개(23.5%)가 줄었다. 2007년 2042개에서 2008년 1916개로 동네서점 폐업은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이다. 지난 2012년 출판산업 총 매출액은 21조973억원으로 전년대비 0.7%가 감소했으며 산업 종사자도 0.2%가 줄었다.
특히 서점업계는 올초 경남 통영 '이문당서점' 폐업으로 위기감이 더욱 고조된 분위기다. 이문당서점은 1945년에 10여 평 점포로 운영을 시작했다. 6.25 전쟁 당시 피난 온 문학예술인들이 즐겨 찾았으며 통영 출신인 유치환, 김춘수, 박경리 등 문인들의 추억이 고스란히 스며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문당서점은 지난 2006년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실시, 2층으로 확장하는 등 안간힘을 썼으나 끝내 문을 닫고 말았다.
이처럼 지역 명물로 유서깊은 서점마저 폐업 대열에 합류하자 서점업계의 시름은 더욱 깊어졌다. 게다가 전자책 시장 확대, 인터넷과 정보 기술의 발전으로 독서 관습이 바뀌면서 서점업계는 더욱 곤혹스런 처지다. 또한 국민 독서력 저하, 가구당 책 구입비 감소, 출판산업 퇴조 등 시장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는 추세다.
출판업계에 따르면 e북시장은 지난해 전체 독서시장의 3%를 넘지 않으나 오는 2017년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젊은 층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e북에 관심이 높으며 전자책을 전문 생산하는 작가와 출판사가 새롭게 생겨나는 등 독서시장이 급격히 개편되고 있다. 또한 대형 출판유통업체 및 인터넷서점마저 'e북 단말기' 경쟁에 돌입, 책 유통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성미희 한국서련 실장은 "'동네서점'은 지역문화의 실핏줄이기 때문에 서점이 없어지면 문화 흐름 역시 경색될 수밖에 없다"며 "동네서점 및 출판산업을 보호, 육성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도서정가제 개정 법률(안)의 경제성 분석' 결과 올해부터 2020년까지 7년간 발생하는 경제적 효과는 최소 7000억원에서 최대 2조4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도서정가제가 도입될 경우 중소서점과 대형서점, 중소출판사와 대형출판사간의 상생구조 정립, 공정한 시장 경쟁, 경제민주화, 서점중심의 지역문화, 우수콘텐츠개발, 서점 판촉 서비스 증대, 지역서점 육성, 콘텐츠 수출 증대, 선진유통 환경 조성 등 긍정적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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